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관련 업체 절반가량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또한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지원법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향후 수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26일 '2023년 6월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에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리오프닝과 공급망 리스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중국 리오프닝 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11∼31일 전국 34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중 205개 업체가 응답한 결과다.
조사 결과 답변자의 56.3%는 수출이 중국 봉쇄조치(2022년 3월) 이전 수준으로 이미 회복했거나 올해 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이후 회복을 예상한 업체는 31%,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는 12.7%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이차전지와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철강 등의 업종에서는 80∼90% 이상이 '이미 수출이 회복됐다'고 답변했다.
다만 수출 회복이 진행되는 시점에 대한 시각은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업체들은 향후 석유화학과 기계류, 휴대전화 및 부품, 디스플레이, 정보기기, 반도체 순으로 수출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 업체의 절반가량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역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대상 업체 10곳 중 2곳(21.6%)은 올 2분기까지 다소 부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41.4%는 3분기 이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 이차전지, 철강, 반도체, 기계류, 정보기기 순으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상황 속 기업 규모나 업종별로 대비책 마련 여부와 속도가 엇갈렸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와 부품, 철강, 이차전지가 '이미 대비 중'이라고 답변했고 정보기기와 반도체, 휴대폰, 부품 등은 주로 '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대기업은 현지생산 확대, 탄소저감기술 도입, 수출국 다변화 등을 통해 대비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면서 "반면 중견 및 중소기업은 과반수 이상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