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신탁사 선정에 나섰다. 올해 초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며 재건축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삼풍아파트는 신탁 방식 재건축 및 '자문 방식 신속통합기획' 추진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1일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 준비위원회(준비위)에 따르면 준비위는 신탁업체들을 선정하기 위해 전날 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우선협상자대상 신탁사(사업시행자) 선정 입찰공고문을 냈다.
박기석 삼풍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장은 “국내 14개 신탁사를 대상으로 성공적인 협업이 가능한 적격·우수 신탁업체들을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올렸다”며 “1년 전부터 신탁방식 재건축 대한 사전 준비를 진행해 왔고, 사업 속도 향상과 수익성 담보 등 장점이 있어 신탁방식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다른 단지들의 방식보다 최소 6~7년 이상 사업기간을 단축해 2030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이란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이 모여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재건축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절차가 조금 더 단순화되고 신탁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대금의 1~2%대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수수료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앞서 신탁방식으로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남지역 단지들은 신탁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성이 높아 굳이 신탁사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사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짜 재건축 단지인 삼풍아파트가 신탁사와 함께 할 것을 결정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강남지역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탁사 관계자들은 둔촌주공 사례가 신탁방식 재건축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 대형 신탁사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로 미뤄볼 때 대형 재건축 단지라도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 대주단과의 금융비용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신탁사와 함께한다면 자금 문제가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도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해 긍정적인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특례를 줘 신탁방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신탁 시행 재건축 표준사업 모델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갈등과 비리 문제가 잦은 조합 방식과 달리 신탁 방식은 전문성과 자금조달 측면에서 효용이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비구역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고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신탁사에 대한 특례와 함께 신탁 시행 재건축 사업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