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슈퍼 엘리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손해보험업계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손해율이 상승할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재보험 출재 등으로 엘니뇨 발생에 따른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액이 2500억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차량 침수 피해액이 2147억원에 달했는데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3분기 서울 강남 일대 등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차량 피해는 총 2만1732건에 이르렀다.
통상 폭우 등이 발생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된다. 지난해 7월에도 대형 손보사의 해당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인 80%에 다다르다 절정인 9월에 80%를 모두 상회했다. 특히 9월 손해율이 전월 대비 최대 7.6%포인트 오르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현대해상은 81.8%로 2.1%포인트, DB손해보험(85.5%)과 KB손해보험(85.7%)은 모두 7.6%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지만 재보험을 통해 관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드는 보험'으로, 각자 보유하고 있는 원수보험 계약에 대한 손실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드는 보험이다. 실제 지난 1~9월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7.9~78.8%로 적정 손해율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손보사 12곳의 자동차보험 매출액(원수보험료)도 전년 대비 2.4% 오른 20조원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 에위니아, 2022년 힌남노, 2012년 볼라벤 순이었는데 해당 연도 손보사 3분기 실적은 재보험 출재, 사업비 관리 등을 통해 오히려 전년 대비 증가할 때가 많았다"며 "같은 기간 주가도 대부분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손보사의 피해 예측과 대비 능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액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며 "엘니뇨 발생에 따른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