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亞증시] '사상 최고' 몰려가는 일학개미…숨 고르는 韓·中개미

2023-06-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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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을 조짐을 보이면서 '일학개미'가 급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국과 중국 증시를 떠나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역대급 엔저현상도 일본 주식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 증시 강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 관심이 높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일본 주식시장에서 주식 4328만 달러(약 554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2~3월 순매도를 보이다 4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5월부터 매수세가 강해졌다.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순매수세를 늘린 건 일본 증시가 신고가 행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 지수는 지난 16일 장중 3만3772.76까지 치솟았다. 지난 13일에는 33년 만에 장중 3만3000선을 넘기도 했다. 버블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증시의 강세를 두고 일본이 낮은 비용과 더불어 미·중 갈등 구도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전기차(EV) 전환에서는 뒤처지지만 반도체 소재, 기계와 로봇, 상사 등 산업재 전반에서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30년의 디플레이션을 겪는 동안 낮아진 비용구조도 투자를 유치하기 좋은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 현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저일 때 일본 주식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가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팔아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완화 정책을 이어갈 뜻을 명확히 하고 있어 엔화가 자꾸 약세"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된다면, 증시든 부동산이든 자산가격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중앙은행들은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은 완화 정책을 유지 중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국내 투자자는 한국 증시와 중국 증시에서 비중을 줄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기관도 3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매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쪼그라들었다. 국내 투자자는 외국인 전용인 중국B주와 (R)QFII, 상해홍콩증시연계(후강퉁), 심천홍콩증시연계(선강퉁) 등 총 4곳에서 중국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이 중 (R)QFII 투자는 올해 1868만 달러(약 239억원)를 순매도했다. 후강퉁 392만 달러(약 50억원), 선강퉁 1311만 달러(약 168억원)를 순매수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79%, 30% 감소한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이 동아시아 3개 국가 중 일본 증시로 몰려가면서 일본 증시의 강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의 순매수세 유지 여부가 일본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가 계속되다 순매도로 돌아선 경우 시세가 전환되기 쉽다. 일본 주식시장의 경우 전체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비율이 70%로 높다.

또 엔화가 강세로 전환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하반기 지수 하방 압력을 높일 전망이다. 엔화 강세 전환은 일본의 대표적인 수출주의 해외 매출 성장을 둔화시키는 원인으로, 닛케이 지수는 수출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 지수가 하반기에도 추가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달러 강세 압력이 장기화되며 엔화 가치가 더디게 회복돼야 한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은 당분간 강한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우량주 위주로만 이루어졌던 매수세가 중소형주에도 유입되기 시작하며 주가지수 하단이 상향 수정됐다"면서도 "6월 들어 주가지수 선물에 대한 돌발적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확인돼 고점을 나타내는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단기 급상승 및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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