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녹색혁명, '한국형 밀 스피드 브리딩'으로

2023-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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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연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부장[사진=농촌진흥청]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은 관행적인 전통 농법 대신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을 말한다. 1940년대 미국의 과학자이자 농학자인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가 수확량이 많은 밀 품종 개발에 성공한 것을 녹색혁명의 시작으로 본다. 

녹색혁명으로 멕시코와 미국은 밀 수입국에서 수출국이 됐으며 기근에 처한 인도는 오늘날 주요 쌀 생산국으로 탈바꿈했다. 대한민국의 주곡 자급을 달성하게 한 벼 품종 '통일벼' 역시 녹색혁명의 결과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녹색혁명으로 기근을 벗어나거나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짧은 시간에 우수한 형질을 가진 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육종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노먼 박사는 아메리카 대륙의 북반구인 미국과 남부 멕시코를 번갈아 가며 1년에 두 번 밀을 심는 '셔틀(Shuttle) 육종법'으로 품종 개발을 앞당겼는데 이것이 바로 '스피드 브리딩(Speed Breeding)', 최초의 '밀 세대 단축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한국형 밀 스피드 브리딩 육종기술'을 개발했다. 온실이나 생장실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 성장주기를 가속화하는 기술로 약 55∼60일 만에 이삭이 나오고 88일 만에 수확할 수 있어 1년에 4번 밀을 재배할 수 있다. 품종 육성에 필요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2년으로 줄어 생산성 시험과 지역 적응시험을 포함한 신품종 개발 기간이 최종적으로 13년에서 7년으로 줄어드는 획기적인 첨단 육종 기술이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약 36.9㎏으로 주식인 쌀 56.9㎏의 69%에 달할 만큼 식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반면, 자급률은 1.1%로 대부분을 수입 원료곡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적인 식량 위기 때마다 소비자 밥상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밀 스피드 브리딩 육종기술은 외부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식량주권을 확보해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한국형 밀 스피드 브리딩 기술'은 2019년부터 실제 육종 현장에 활용돼왔다. 2년 동안 연간 4회 재배와 2년간의 노지 시험을 통해 총 4년 만에 품질과 생산성이 우수한 계통을 육성했으며 현재는 품종개발을 위한 현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에는 약 1만 개의 계통을 연중 4세대 전개할 수 있는 밀 스피드 브리딩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연평균 7000개 계통의 세대 촉진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연구로 우수한 밀 품종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 2030년까지 밀 자급률 10% 달성을 위해서는 '통일벼'와 같이 획기적인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밀 육종 기간을 반으로 단축하는 스피드 브리딩이 외국산 대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신품종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어 대한민국 제2의 녹색혁명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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