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현주소] 바이오 '인력 쟁탈전'에 인재 육성도 시급

2023-06-14 07:12
  • 글자크기 설정

매출 상위권 제약바이오사 10곳, 연구개발 인력 비중 평균 21%

롯데바이오 채용 시작하자 업계 인재 유출 몸살

의사과학자 처우 개선·규제전문가 양성 인프라 필요

[그래픽=이동은 기자]

제약·바이오 시장 성장세와 연구개발(R&D) 인력 간 디커플링이 심각하다.

제약·바이오 10대 기업 매출이 2조원에 달하고 업계 1위 기업은 ‘3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업계 R&D 인력 증가 추세는 미미하다. 주요 기업 직원 10명 중 R&D 인력은 2명 수준에 불과하다. 

제네릭 대신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인적자원 확보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사과학자'와 '규제과학 전문가' 등 핵심 인재는 양성할 인프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인력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필수 인력 채용에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 상위 10개 제약·바이오 기업 전체 종업원 중 연구개발 인력 비율은 10~30%다. 셀트리온(32%)과 삼성바이오로직스(30%)만 30%를 상회할 뿐 대다수 기업이 10~20% 중반에 머물러 있다. 기업별로는 △한미약품(25%) △대웅제약(23%) △GC녹십자(23%) △종근당(23%) △유한양행(17%) △광동제약(13%) △제일약품(11%) △보령제약(10%) 순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2027년 바이오 산업계에 필요한 신규 인력은 10만8700여 명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원은 현저히 부족하다. 같은 기간 대학 졸업 후 관련 산업계에 진출하는 인력은 3만4000명 수준이다. 인력이 7만여 명이나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 간 인재 확보 전쟁도 치열하다. 지난 1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시 공개채용 논란은 업계 현주소를 대변하는 사례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공격적으로 인력 스카우트에 나선 것에 대해 '인재 진공청소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하라’는 내용증명 발송과 함께 이직한 일부 직원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바이오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이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한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자 출신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회사 설립자를 포함해 연구자 5~10명으로 구성된 바이오 스타트업은 연구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10년가량 매출이 없는 상태로 버텨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안정적인 복지와 높은 임금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연구자들을 붙잡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연구인력  중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의사과학자'다. 의사과학자는 의료기관이나 제약·바이오 기업 소속으로 병원과 제약사 간 협업을 위한 핵심 인력이다. 그러나 상당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의사과학자와 협업할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국내에서 한 해 배출되는 의사 3300여 명 중 기초의학을 전공해 의사과학자가 되는 인원은 30명 안팎으로 0.9%에 불과하다. 임상 의사와 비교해 경제적 보상이 적고 진로가 불명확한 현실이 인재 유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목된다.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는 '규제과학 전문가'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규제과학 전문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기관의 보건의료정책에 능통하다. 기업이 다국가 임상시험을 실시하거나 제품에 대한 국내외 품목허가 신청 시 규제기관과 소통하는 일을 담당한다.

국내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 교육 과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 규제과학자 양성 인프라는 초기 정착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식약처가 선정한 △중앙대 △경희대 △동국대 △아주대 △성균관대 △고려대 등 6곳에서 2021년 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 전공을 신설해 2025년까지 규제과학 전문가 600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놨다. 산업단지 내 대학 캠퍼스와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는 '산학융합지구',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는 '계약학과' 등을 통해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핵심 인재 11만명을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달 2일에는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협의체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열고 해당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산·학계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의사과학자나 규제과학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의과대학에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을 마련하고 연구비와 학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매년 배출되는 의사 중 4% 내외는 의사과학자 진로를 선택한다”며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대표적인 대학들은 2000년대 초부터 규제과학 전공을 두고 인재를 배출해 해당 분야에서 한국보다 약 20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