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갑질' 브로드컴 자진납세 퇴짜…수천억원대 소송전 돌입하나

2023-06-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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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브로드컴 마련한 동의의결안 기각

반도체 업계 현미경 조사 위한 연구용역도

경쟁배제·부당거래 등 불공정 행위 파악용

삼성, 브로드컴 혐의인정 근거 소송할수도

[사진=연합뉴스]

경쟁당국이 삼성전자에 부품을 강제로 떠넘기는 '갑질'을 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제재를 받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절차다.

이를 계기로 경쟁당국의 반도체 시장 내 독점력 남용 행위 제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업계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 조사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공정위, 반도체 시장 들여다본다···연구용역 긴급 입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본사와 한국지사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와 GNSS(위성항법시스템) 부품 제조사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7월 13일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가 지난 1월 브로드컴과 합의해 발표한 잠정 동의의결안에는 향후 3년간 삼성전자에 품질보증과 기술 지원, 국내 반도체 업계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 상생 기금 조성 등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의 강한 반발로 잠정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동의의결 절차도 무산됐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반도체 시장 내 독점력을 가진 소수 사업자의 경쟁 제한 행위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해 업계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에도 나섰다. 지난달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으며 연구 수행 기관에 예산 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피계림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사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이며 연내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 제한, 경쟁 사업자 배제, 부당한 거래 거절, 가격·거래 조건 등 차별적 취급,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구입 강제 등 불공정 행위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실제 반도체업계에서 갑질 행태는 도를 넘는 수준이다. 2017년에는 퀄컴, 지난해에는 브로드컴의 불공정 행위가 적발돼 조사가 이뤄졌다. 2017년 1월 공정위는 모뎀 칩셋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퀄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퀄컴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 대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주면서 6년 이상 지속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삼성전자-브로드컴 수천억 원대 소송전으로 번지나

브로드컴 사안도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공정위의 동의의결안 기각 결정으로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이 4년 넘게 끌어온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삼성전자가 수천억 원대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양측 간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브로드컴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며 혐의를 일부 자인한 게 삼성전자가 소송에 나설 근거가 될 수 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늦어도 연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가) 정식 심사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삼성전자에는) 좀 더 손쉽게 민사소송 등을 통한 피해 구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과 마찬가지로 브로드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규모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한편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을 공급하며 장기 계약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측이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월 1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3년간 브로드컴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약 9668억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 이에 미달하면 차액만큼 브로드컴에 배상하는 규정도 들어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7일 열린 전원회의에 참석해 브로드컴이 강요한 장기 계약으로 2억8754만 달러의 추가 비용과 3876만 달러 상당의 과잉 재고를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삼성과 맺은 계약은 상호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것이었으며 브로드컴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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