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의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순익이 역대급으로 늘자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험권은 단순 회계상 변화일 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라는 입장이여서 배당을 둘러싼 주주들과 갈등이 예상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2조1600억원 늘어난 5조2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 순익 총합이 9조1801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 순익의 절반 가량을 뛰어 넘었다. 금융권은 새로 도입된 회계제도에 따른 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최근 IFRS17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실손보험과 무·저해지 및 고금리 보험 상품 해약율 산출 등 일부 기준만 제시돼 향후 실적에 얼마나 비교 신뢰성이 담보될 지도 미지수다. 앞서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보험계약마진(CSM) 등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커지자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당국은 회계법인 감사인 간담회, 예실차 분석 등을 통해 추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상품별 성격이 반영된 위험배수 조정 등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이 빠르게 도출될수록 비교 신뢰성이 증가,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례로 100세 만기 보험 상품의 경우 미성년까지는 관련 상품이 유지될 수 있으나, 성인이 된 이후 관련 상품을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운전자보험 역시 100세 만기 시 70세가 넘어 운전하는 인구가 줄면서 해당 나이 이후 해약이 늘어나는 등 상품별 데이터 등이 포함된 배수 조정이 가이드라인에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가이드라인이 빠르게 이뤄질수록 실적 수치가 이전보다 떨어지며 시장의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되면 배당 수준 역시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 자율성으로 실적 산출이 이뤄졌지만 제3자가 봤을 때의 비교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추가 가이드라인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주주 배당에 대해서도 합리성이 설득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