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튀르키예 에르도안 재집권에…러시아·서방 희비교차

2023-05-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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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30년 장기집권 가능성 확보

튀르키예 독립외교 계속될 전망

리라화 가치 역대 최저치 기록


 
대선 승리 후 연설하는 에르도안 
    (앙카라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연임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2023.05.29
    jason3669@yna.co.kr/2023-05-29 13: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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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튀르키예의 독립외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렸다. 
 
에르도안 대통령, 과반 이상 차지…'30년 장기 집권' 초석 확보  

28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52.1%를 차지해 야권 연합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47.9%를 확보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4.2%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앞서 튀르키예는 지난 14일 대선을 치렀으나, 과반 득표 후보가 존재하지 않아 이날 결선 투표가 이뤄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에서 "튀르키예가 승자다. 승자는 우리의 민주주의"라며 "테러 조직이 졌고 8500만 국민 모두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합과 연대로 뭉쳐야 한다"며 "온 힘을 다해 이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쟁자들을 '테러조직'으로 지목하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BBC등 외신은 "튀르키예가 분열됐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제일 먼저 꼽은 과제는 물가 안정화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경제의 안정과 신뢰 형성을 구축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가 8.5%다.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5%나 급등하면서 살인적인 물가를 증명한 바 있다. 지난 3월 C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3.7%나 뛰었다. 

이번 대선 결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30년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총리로 실권을 잡은 그는 2014년 대통령이 됐고 개헌을 통해 최고 권력자가 됐다. 이번 대선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장받은 임기는 2028년까지이지만,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2033년까지 집권이 연장된다. 이른바 '30년 집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에르도안 재집권에…푸틴 '웃음'·서방 '씁쓸'

에르도안의 재집권을 가장 반기는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반면 서방은 그의 재집권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 소식에 크렘린궁은 "이번 승리는 튀르키예 공화국의 수장으로서 노력한 결과다.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튀르키예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밝혔다. 현재 튀르키예의 외교 정책을 지지한 것이다. BBC는 에드로안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원했던 결과다.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낸 사람 제일 먼저 축하를 보낸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해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튀르키예의 이른바 '독립외교'를 이끌어왔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국 이익 중심의 실리를 추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NATO 가입 반대를 구실로 바이든 정부의 F-16 전투기 판매 허가 등을 확보했다. 

반면 서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씁쓸함에 빠졌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립을 이유로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가로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대거 사들일 수 있었고 대러시아 제재는 힘이 빠졌다. 이런 모습에 미국 매체 VOX는 "다극 체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신념은 서구 중심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에 시장에는 불안감이 퍼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과 별개로 저금리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CNBC 방송은 "튀르키예 통화정책은 성장과 수출 경쟁을 추구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키운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날 1달러당 리라화 가치는 19.93리라까지 치솟았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한 것이다.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애널리스트는 "에르도안 재선으로 리라화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비관적이다"라며 2분기 말까지 달러당 23리라, 내년 초에는 25리라까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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