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털·발톱, '계륵' 아닌 훌륭한 비료 원료가 되다

2023-05-23 17:00
  • 글자크기 설정

전북 완주 소재 GWL, 털·발톱 가수분해처리로 비료 생산기술 개발 '화제'

현행 비료 공정규격 설정·지정에 털·발톱 포함되도록 개정 시급

돼지 털과 발톱을 가수분해처리해 고농축 액상으로 만들고, 이를 숙성 및 발효시켜 18조의 아미노산이 함유된 분말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전북 완주군의 GWL 본사

돼지 털과 발톱을 가수분해처리해 고농축 액상으로 만들고, 이를 숙성 및 발효시켜 18조의 아미노산이 함유된 분말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전북 완주군의 GWL 본사[사진=김한호 기자]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은 돼지고기.

돼지고기의 쓰임새는 다양하고 소비량 또한 엄청나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한 해에 도축되는 돼지두수는 올해 1848만두로 예상된다.
 
고효율 비료 재료로 손색 없는 돼지 털·발톱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축 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의 처리 또한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혈액과 털, 발톱이 대표적인 예다.

혈액의 경우 일부는 식용으로도 사용되지만 대부분은 버려져 도축장 주변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돼지 털과 발톱은 대부분 소각하거나 건조부산물로 처리해 퇴비로 사용된다.

하지만 돼지 털·발톱이 잘 활용하면, 식물 생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아미노산 등 고효율 비료를 생산하는데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아미노산은 영양흡수가 빠르고 일조 부족 및 저온 병해충에 강한 저항력을 가지며, 식물의 영양 결핍을 개선하고 결실을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상 기온과 자연재해로 해마다 피해를 입고, 일손 부족으로 외국에서 노동자를 데려와야 하는 농촌의 현실에서는 아미노산이 함유된 비료가 ‘구세주’나 다름없다.

이중 돼지나 소의 혈액을 사료 첨가제와 비료로 활용하는 업체는 많지만, 돼지 털·발톱을 ‘재활용’을 통한 ‘자원화’를 실현해낸 곳은 거의 없다.
 
GWL, 돼지 털·발톱 가수분해처리해 아미노산 함유 분말 개발
돼지 털과 발톱을 아미노산 함유의 분말로 만들어낸 GWL의 공정라인

돼지 털과 발톱을 아미노산 함유의 분말로 만들어낸 GWL의 공정라인[사진=김한호 기자]

전북 완주군 고산면 남봉리에 위치한 GWL(대표 이연우)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업체다.

GWL은 돼지 털·발톱에 자체 개발한 화학약품을 넣고 85℃로 가열하는 가수분해처리를 거쳐 고농축 액상을 만들고, 이를 1주일간 숙성·발효시켜 18종의 아미노산이 들어간 분말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 11종 중 8종이 아미노산 분말에 포함됐다.

식물세포 생장 강화와 저온장해 개선, 병원균 생육저해 효과 등을 가져다주는 메치오닌(Met)가 0.152%로 나타났고, 감미 및 산미증진, 착과 및 결실 증대 효과를 불러오는 트레오닌(Thr)은 0.304%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발린(Val) 1.033% △이소루신(Lie) 0.080% △루신(Leu) 1.934% △페닐알라닌(Phe) 1.023% △라이신(Lys) 0.982% △히스티딘(His) 0.707% △트립토판(Trp) 0.127% 등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쓰자니 여러 가지 장애가 있고, 버리기도 아까웠던 ‘계륵’ 신세의 돼지 털·발톱이 GWL의 부단한 노력과 획기적인 기술 개발로 농작물 생장에 필수가결한 아미노산의 재료로 탈바꿈된 셈이다.

GWL의 아미노산 분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바이러스 우려도 일소시켰다.

GWL의 가수분해처리 기술은 거의 바이러스 99% 사멸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재 바이러스를 완전 사멸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지속 중이다.

이처럼 GWL이 여러 효능을 낼 수 있는 기술 보유와 제품 생산설비를 갖추고, 수 백 번의 연구와 각고의 노력 끝에 기술이 녹아든 제품까지 만들었다.
 
비료 공정규격 내 부산물 비료로 털·발톱은 제외
그럼에도 정식 비료로 판매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고시 제2018-3호인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에 따르면, 부산물 비료의 사용가능한 원료에 돼지 털·발톱은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굳이 사용하면 건조축산폐기물로 만들어야 되는데, 이 과정은 긴 시간과 막대한 시설 및 재원이 필요하다.

반면, 돼지 털·발톱과 유사한 단백질을 갖춘 돼지 혈액은 지난 2013년 2월에 부산물 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이 개정됐다.

돼지 도축시 발생하는 털·발톱은 해마다 늘고 있다. 

매번 처리에 있어 골칫거리였던 돼지 털·발톱을 이제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나아가 훌륭한 비료 원료로 만들어내는 기술도 개발됐다.
 
돼지 털·발톱, 부산물 비료 원료 지정 ‘시급’
GWL이 도축 부산물은 돼지 털과 발톱을 넣고 자체 개발한 화학약품을 넣고 85℃로 가열해 가수처리분해해 고농축액상으로 만드는 설비

GWL이 도축 부산물은 돼지 털과 발톱을 넣고 자체 개발한 화학약품을 넣고 85℃로 가열해 가수처리분해해 고농축액상으로 만드는 설비[사진=김한호 기자]

남은 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비료 공정규격의 개정이다.

부산물 비료의 사용가능한 원료로서 돼지 털·발톱이 하루속히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부산물의 처리 및 비료 제조기술을 개발한 GWL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육농가, 도축업자 등 돼지 관련 업계는 물론, 각종 가축 부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 농협 등의 바람이다.

나아가 생장촉진 등을 통한 생산량 증대, 병해충에 강한 효과 창출효과를 창출할 아미노산 비료도 비료에 포함되도록 해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이미 중국은 아미노산 비료를 비료로 지정, 획기적인 농업 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유상기 GWL 개발이사는 “돼지 털과 발톱은 더 이상 아무 쓸모없이 소각하거나 말려서 퇴비로 쓰는 부산물이 아니라, 식물의 급속한 생장과 단단한 과수의 결실을 돕는 훌륭한 아미노산의 원료”라며 “아미노산의 효능은 이제 농민들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일반 농가는 물론 축산농가, 도축장에도 도움이 되는 돼지 털·발톱을 비료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돼지 털·발톱을 시작으로 폐사축의 안전처리, 이를 아미노산 비료로의 활용을 통한 농업 생산량 증대, 아마도 앞으로 다가올 신개념의 ‘농업혁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