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금지된 대면 영업을 시도하려 한 카카오뱅크의 ’꼼수‘가 금융 당국의 발빠른 대처로 무산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 이용자만 참여할 수 있다고 공지한 '모임아지트'라는 이벤트의 참가 조건을 행사 개최 직전에 돌연 삭제했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행사 공지문에서 카카오뱅크 앱과 모임통장이 있어야 행사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과 모임 통장이 없는 사람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현장에서 앱을 새로 깔거나 모임통장을 개설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대면 영업 활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대면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이나 65세 이상 고령층을 보호하고 편의를 늘리기 위해 피할 수 없을 때만 대면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법이 허용한 특별한 경우가 아님에도 이벤트를 내세워 모임 통장 가입자를 늘리려는 대면 영업을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의 이벤트를 두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카카오뱅크 측에 행사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행사를 처음 알게된 지난 17일에 한 차례, 제출받은 자료만으로는 부족해 추가 자료를 보내달라고 두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카카오뱅크가 대면 영업으로 비칠 수 있는 행사 참가 조건을 삭제한 시점은 금감원의 자료요청 이후다. 참가 조건 삭제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은행의 행사까지 금감원이 지시할 수는 없다”며 “직접적인 지적이나 구두 경고는 없었고, 은행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시도한 꼼수의 배경에는 대면 영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꾸준히 대면 영업을 늘리려 시도해 왔다. 지난 3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4차 실무작업반 회의 당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부 대면 업무를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영업을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허가 받았음에도 대면 영업으로 비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이런 식이라면 다른 경쟁사도 팝업 지점을 열어 대면 영업을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