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4월까지 무순위 청약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분양 또한 줄어들면서 아파트 청약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감도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양극화와 분양 일정 연기 등으로 청약시장의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1648가구(41단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91건(129단지)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 분양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당첨됐지만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진행하는 것으로, 무순위 청약이 줄었다는 것은 곧 계약 포기자 등이 줄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로 미분양 우려가 있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지난 3월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거주지와 무주택자 요건 등이 해제되며 ‘전국구’ 무순위 청약이 진행되자 899가구에 대한 청약에 4만1540명이 신청, 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도 3월 들어 감소하면서 미분양 위기에 대한 우려가 사그러든 분위기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가구로 2월 말(7만5438가구)에 비해 4.4% 줄었다. 지난해 4월 이후 첫 감소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고 금융기관 일부에 충격을 주고, 건설회사 현금흐름에 경색을 유발하는 움직임은 3~4개월 내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청약 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요 회복세가 서울 일부 지역 등에 국한돼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데다, 분양경기 악화로 인해 분양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청약 시장이 회복되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택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분양물량은 2만860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4171건의 64.8%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부동산R114는 올해 4월까지 시공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민간분양+민간임대) 분양실적이 지난해 말 계획했던 5만4687가구 대비 29% 수준인 1만5949가구에 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미분양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연초에 집중됐던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며 “주택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수요가 늘면서 전국 미분양 물량이 소폭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약수요가 일부 유망 지역 및 단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청약시장 분위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