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방산 수출 확대를 내세웠다. 지난 2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K-방산’ 23조원 수출 등을 성과로 제시하면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방산 '세계 4강'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수출 시장 점유율 5%를 넘어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방위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소재부품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민·군 기술협력에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남에서 방산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는 무기를 구매한 국가가 품질에 만족할 수 있도록 '포스트 세일즈', 즉 판매 후 관리까지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첫 순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을 만나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 약속을 받고 '다목적수송기(MC-X) 국제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폴란드와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다연장로켓 천무 등 최대 40조원어치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정부가 지난달 밝힌 'K 방산' 도입 계약 규모는 총 148억 달러, 약 2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K방산이 글로벌 빅4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현재 한국 방산 수출액은 2020년까지 연평균 30억 달러 규모였다가 2022년 170억 달러(약 22조5800억원)로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7∼2021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2.8%로 8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 무기 판매에 따른 대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UAE 등 주력 수출대상 국가들이 절충교역이라고 불리는 제도를 적용해 수입금액에 상응하는 금액의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70% 이상, UAE도 최소 수입금액의 60% 이상을 이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에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폴란드, 호주뿐만 아니라 인도, UAE, 사우디 등 주요 수출국은 최근 들어 미국의 반도체, 전기차 관련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술이전, 현지 생산, 자국산 부품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최근 대규모 수출이 성사된 폴란드와 호주에 K-2 전차,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수출품을 현지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방위 산업 관련 투자 확대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이 계속 성장하는 방산 부품산업 환경을 마련하고,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 "금융지원 확대를 활용한 투자 지원, 부품국산화 사업을 통한 중소기업 개발비용 지원 등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