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해소와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굵직한 이슈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공급망 위기 공동 대응,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굵직한 이슈는 정리, 세부 협력 로드맵 나올까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양국 간 통상 마찰은 거의 해결된 상태다. 우리 정부가 먼저 지난달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에 재포함시켰다. 이어 일본이 지난달 28일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 절차를 개시했다.
앞서 일본은 불화수소 등 3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도 철회했다. 2019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양국 간 교역이 정상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로 일본산 소재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일본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화이트리스트가 완전 회복되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던 국제 무역질서가 흔들리고, 주요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사안도 늘고 있다. 양국은 자원 빈국인 데다 수출 경쟁력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일 모두 핵심 광물과 전략 물자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며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있는 게 반도체다. 미국은 일본, 대만에 한국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채널 '칩4'를 가동 중이다. 다만 4개국 중 한국이 유독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일 간 협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반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강점을 지닌 일본과 반도체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이 글로벌 시장 변화에 공동 대응하면서 함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 역시 존재한다.
정부는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본격화하면 경기도 용인에 구축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를 대거 유치해 세계 최고의 첨단 혁신 기지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상응하는 일본 측의 선물이 있을지 확인이 필요하다.
재무장관 회의 복원, 통화스와프 등 관심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은 7년 만의 재무장관 회의 개최 소식을 알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나 연내 일본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의제를 미리 정해 의견을 폭넓게 교환하는 정례 회담으로, 양국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 2016년 8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재무관이 다음달 초 방한해 회의 준비에 나선다.
재무장관 회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양국 간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 2015년 시한이 만료된 이후 다시 체결되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미국 달러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으로 국가 간 금융 분야 협력의 상징이다. 외환위기 등 다양한 경제적 리스크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통화스와프를 맺은 최초의 국가 역시 일본(2001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