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 아이유 "예상과 달랐던 '소민'役…이병헌 감독 믿었죠"

2023-04-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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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에서 '소민'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극 중 홈리스 국가대표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 '소민'을 연기했다. 웃는 얼굴로 할 말 다하는 성격과 솔직함을 가진 인물이다. 목줄 던져 놓고 다큐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비협조적인 감독 '홍대'와 홈리스 축구단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소민'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도 어두운 역할을 연기할 때였거든요. 밝고, 사연 없는 역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소민' 역할을 보고 '전사가 없어도 재밌을 수가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유의 말대로 영화 '드림'과 '소민'은 그의 전작과 결을 달리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영화 '브로커' 등을 통해 내적으로 파고드는 역할을 소화해 냈던 그는 영화 '드림'을 통해 밝고 당차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낸 것이다.

"'소민'은 '열정 리스'라고 불리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일에 진심인 편이거든요. 욱하긴 해도 그게 또 인간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저와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렵지 않게 캐릭터와 저를 맞춰나갔죠."

아이유는 '소민'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을 두고 "캐릭터적 성격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로만 읽어도 이병헌 감독 특유의 톤이 느껴졌다고 거들었다.

"'소민'이 어떤 얼굴을 가졌는지 점차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서 '나도 내 목줄 내놓고 찍는 거야'라고 외치는 모습이 그의 진심이라고 보거든요. 코미디가 가미되어 있지만 진심으로 하고 싶었어요. 또 '홍대'와 서로 상처 주는 말들을 주고받는데 그 장면도 '소민'의 진짜 속내가 드러나는 모습 같아서 (연기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고요."

영화 '드림'에서 '소민'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이병헌 감독은 독특한 대사톤과 코미디 호흡을 가졌다. 전작의 배우들도 이 감독 특유의 대사톤과 호흡에 고충을 털어놓았던 바. 아이유 역시 "감독님 특유의 호흡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고백했다.

"감독님께서 호흡이 조금 빨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소민'이 쉴 틈 없이 움직이길 바랐고 호흡도 더 빠르기를 바라셨거든요. (이병헌 감독이) 시연을 잘 해주셔서 그걸 보고 참고해서 달달 외우기도 했어요."

영화 '드림'은 아이유의 기존 연기 방식을 모두 무너트려야 하는 작품이었다. 그는 "혼자 생각하고 준비한 걸 다 버려야겠구나. 거기에 기대면 안 되겠구나" 느꼈던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코미디는 호흡이더라고요. 제가 뭘 준비하더라도 상대방의 호흡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혼자 준비한 거더라도 현장에서 '버려야겠다'고 판단된다면 미련 없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유는 영화 리딩을 기준으로 '소민'의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이병헌 감독은 변칙적인 디렉션을 주곤 했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의 방식이라고 설명하였다.

"처음엔 당혹스러웠죠. 리딩 때는 이게 좋다고 하셨으면서…. 하하. 소심하게 말을 꺼내보기도 했었는데요. 결과물을 보고 '아, 감독님은 계획이 다 있구나' 했어요. 새로운 점도 발견되고요. 영화를 보고 나니 '그래, 이게 소민이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드림'에서 '소민'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기존의 연기 방식을 모두 버리기까지 몇 차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도 인정했다. 적응하는 시간 동안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속상함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코미디 영화의 특성상 현장 호흡이 빠르더라고요. 어떤 날은 점심 먹기 전에 (촬영이) 다 끝나기도 했어요. (배우) 선배님들이 이 감독님과 오래 호흡을 맞췄던 분들이기도 하고요. 다들 호흡이 척척 맞는데 저는 적응 시간이 걸리니까 걱정했죠. 긴장의 연속이었고 집에서는 매일 자책의 연속이었어요. 저는 더딘데 (박)서준씨는 빨리 오케이(OK)를 받으니까 '왜 나는 내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까' 속상하기도 했어요. 적응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유는 촬영 중간쯤부터 '소민'과 일체화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거들었다. 이병헌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부연이었다.

"감독님께서 워낙 명확하게 청사진을 그리고 계시니까요. 감독님을 보고 익히고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중간부터는 몸에 좀 붙더라고요. 감독님의 덕이 컸죠."

아이유는 지난 2011년 '드림하이'를 시작으로 착실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나의 아저씨'(2018) '호텔 델루나'(2019), 영화 '페르소나'(2019), '아무도 없는 곳'(2021), '브로커'(2022)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특히 영화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와 이병헌 감독의 '드림'까지 장르적으로 양극단의 성향을 가진 작품을 소화했다.

"두 감독님의 성향도 아주 다르고 작품 톤도 그렇죠. 아주 어둡고, 아주 밝고…. 현장도 그래요. 고레에다 감독님의 현장은 다들 조용하고 이병헌 감독님 현장은 영화처럼 시끌벅적해요. 완전히 다른 타입의 현장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연기자 아이유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나의 아저씨'부터지만 그에게 모든 작품은 자양분이 되고 영향력을 미쳤다.

"성과는 모두 달랐을지언정 모든 작품이 똑같이 기억에 남아요. 모든 역할이 저에게 영향을 미쳤고 도움을 줬거든요. 예를 들어 '예쁜 남자'는 시청률은 높지 않았더라도 '소민' 역할을 할 때 많은 참고가 되었어요. '예쁜 남자'의 '보통'이가 참 밝은 역할이었거든요. 매 작품과 역할이 제 안에 소중히 남아있어요."

영화 '드림'에서 '소민' 역을 맡은 배우 아이유. [사진=이담엔터테인먼트]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유는 2011년부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왔고 좋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최고 가수라는 그늘에 갇혀있었다. 오히려 톱가수기 때문에 평가절하받는다는 인상도 있었다.

"평균치를 내어 본다면 (그 평가가) 맞아요. 제가 연기를 할 때는 이미 가수로서 유명한 상태였고 그 덕에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그에 대해서 오히려 더욱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맞아요. 사람이라면 그러는 게 맞죠."

최근 양극단의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 낸 아이유에게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였다.

"안 착한 사람들의 안 깊은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요. 문득 어제 든 생각이에요. 어딘가에서 작품을 받거나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요. 요즘 다들 깊은 사랑 이야기를 하거나 안 착한 사람이더라도 사랑 때문에 착해지는 이야기들을 하니까요. 반대로 안 착한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을 하긴 하는데 조금 덜 사랑해서 서로를 배신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배신하더라도 상처는 덜 받는 그런 걸로요. 하하하. 연기를 하다 보니 생각에 한계가 없어서 별의별 상상을 다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까지 떠올려 봤어요. 누군가 써주시면 어떨까 기대도 해보면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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