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위안화의 약진이 脫달러화로 귀결되지 않는 이유

2023-04-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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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탈달러화(de-dollarization)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달러화보다 위안화를 국제결제통화로 더 많이 활용한 결과, 올해 2월 러시아 무역결제에서 사상 최초로 위안화 결제비중이 달러화 결제비중을 넘어섰다. 3월에는 중국 수출입은행이 사우디아라비아국영은행에 사상 최초로 위안화 대출을 개시하여, 1974년부터 유지되어온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체제에 균열이 시작되었다.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 5개국이 설립한 신개발은행 본부에서 미국 중심 세계금융질서가 신흥국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달러화 쇠퇴는 미국이 자초한 결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추락하였다.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시행된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하락시켰다. 또한 미국이 남발한 금융제재도 국제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미국 재무부가 발간한 금융제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912건에 불과했던 금융제재가 2021년 9421건으로 무려 933% 폭증했다. 달러화의 무기화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의 제재를 당하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달러화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과 같은 G-20 회원국까지 탈달러화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달러화의 대안은 위안화이다. 위안화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었다.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와 달리 완전한 자본계정 자유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세계 경제·무역·금융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위안화가 예외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 이후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였다. 2008년 이후 총 4.02조 위안 규모의 양자통화스와프를 40개국과 체결하였으며 25개 국가와 지역에 27개 위안화 해외청산결제 은행을 지정하였다. 또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대안으로 2015년 설립한 국경간결제메커니즘(CIPS)에서 거래가 빠르게 확대하였다. 연방준비제도가 디지털 달러의 발행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인 e-CNY는 2022년부터 상용화되었다. 대외원조에서도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IMF와 세계은행보다 더 많이 대출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작년 8월 SDR 통화 바스켓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10.92%에서 12.28%로 상향되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위안화의 부상이 탈달러화로 귀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필요조건을 아직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본통제를 완전하게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안화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고 있다. 위안화 환율이 외환시장이 아니라 중국인민은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이 자본통제와 관리변동환율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대규모 자본도피와 낙후된 국내 외환시장에 있다. 2015년 6월 12일 5166.35포인트까지 상승했던 상하이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8월 25일 2964.97포인트로 폭락하였으며, 2014년 4조 달러였던 외환보유고도 2016년 2월 3조2000억 달러로 급감하였다. 이후 중국인민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각각 발표하는 위안화 국제화 지수의 성장세가 다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위안화의 불태환성은 양자통화스와프의 한계에 반영되어 있다.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외환위기 상황에서 위안화 자금 지원은 거의 유용하지 않다. 2008년 12월 체결된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 사이의 통화스와프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유로존,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중앙은행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여 달러화 유동성을 유사시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20년 코로나19 위기 직후 연방준비제도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화를 여러 차례 공급받았다.

국제지급결제에서도 CIPS는 SWIFT와 격차가 너무 커 경쟁자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CIPS 회원사는 1304개 (직접 참여기관 76개, 간접참여기관 1228개)인 반면, SWIFT 회원사는 1만1000개가 넘는다. 회원사의 약 41.5%인 542개사가 중국에 소재해 있다. 따라서 CIPS가 SWIFT와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CNY의 보급도 더딘 편이다. 중국 내에서도 e-CNY가 기대만큼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홍콩을 통해 역외거래를 시험했지만, e-CNY가 국제금융거래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위안화 국제화에 e-CNY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축통화 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네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미국 중심의 달러화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미국이 여러 가지 실책을 범했지만,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아직 없다. 둘째는 위안화가 달러화를 넘어서 유일한 기축통화로 부상하는 것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무역·금융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세계금융질서가 달러화 블록과 위안화 블록으로 양분되는 것이다. 최근 탈달러화 추세는 양분화의 가능성을 점점 높여주고 있다. 마지막은 달러화-위안화-유로화의 삼극체제이다. 유로존이 계속 단결한다면, 유로화의 비중과 역할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양극체제보다는 삼극체제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 2017년에서 2021년까지 무역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2022년 5월 SDR 통화 바스켓의 조정 결과를 보면, 달러화 비중은 41.73%→43.38%, 위안화 비중은 10.92%→12.28%로 각각 상향되었던 반면 유로화는 30.93%→29.31%, 엔화는 8.33%→7.59%, 파운드화는 8.09%→7.44%로 각각 축소되었다. 즉 위안화의 부상으로 인한 피해는 달러화가 아니라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전가되었던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블록과 위안화 블록의 양극체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속도와 범위는 미국보다 중국에 달려 있다. 지난 15일 중국인민은행 이강 총재가 시사했듯이 중국이 외환시장 개입 축소와 자본계정 자유화를 전향적으로 추진한다면, 위안화 국제화는 급속하게 진전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위안화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보복관세와 불매운동을 외교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국의 강압외교는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 중국은 위안화를 무기화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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