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임산물 도둑질로 도마 위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의 산을 몸살 나게 하는 산나물 여행객들이다. 사람들은 봄철 별미인 산나물을 먹기 위해 동네 시장을 찾지만, 이들은 산으로 간다. 산에 등산이 아니라 산나물을 직접 채취하러 가는 것이다.
국유림이든 사유림이든 임산물채취는 불법이다. 버섯은 물론 나물도 채취하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산림보호법 제54조와 산림자원법 제73조는 타인 소유의 산림에서 사전 산주의 동의 없이 산나물, 산 약초, 버섯 등 임산물을 채취하다 적발되면 산림보호구역일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일반 산림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강원 화천군도 산나물 여행으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광덕산, 백운산, 용화산, 화악산, 대성산, 백암산 등 대부분이 산지로 이뤄져 산나물과 희귀 약초들이 많이 자생한다. 매년 봄이면 두릅, 엄나무 순, 곰취, 고사리, 고비, 더덕, 산 약초 등 각종 임산물이 지천이다.
이러한 자연환경에 상춘객과 등산객이 화천지역으로 몰리면서 소유주의 동의 없는 불법행위 역시 증가하고 있다. 도유림뿐 아니라 사유림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농민들이 애써 가꾼 도라지, 더덕, 장뇌삼 등이 주인의 동의 없이 불법 채취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화천지역에 때 이른 두릅과 엄나무 순을 채취하는 등산객의 증가와 불법행위에 상서면의 김 모 씨는 “지난주 일요일에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아직 올라오지도 않은 두릅을 무작위로 채취했다”며 “관광버스가 있던 도로 바닥에는 너무 작아 먹지 못하는 두릅들이 버려져 있었다”고 흥분했다.
사내면 길모 씨는 며칠 전 자기 삶의 터전인 장뇌삼 재배지가 침범되고 훼손되자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은 절대로 (장뇌삼) 산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데 서너 명 정도가 어린 장뇌삼을 캐간 것은 도둑질이다”며 “도시에서 두릅 따러 왔다가 (장뇌) 삼을 발견하면 외지인들은 신나고 재밌겠지만 장뇌삼을 심어 놓은 곳은 나의 삶이고 생계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이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임산물 불법 채취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관계기관에서 소중한 산림자원의 무분별한 훼손과 임산물 불법 채취 방지를 위한 특별단속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봄철에 화천지역을 찾는 등산객 대부분은 산행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등산객을 가장한 산나물 채취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남의 것을 훔치는 것과 똑같다며 분노했다. 또 이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른 강력한 단속과 함께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