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전 베트남 파병 준비 부대서 극단선택...法 국가배상 판결

2023-04-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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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훈련·가혹행위 시달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2023.04.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베트남전 파병을 준비하던 부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의 유족들이 54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34부(홍은기 판사)는 숨진 A씨의 형제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입대한 지 석 달 만인 1969년 8월 훈련을 받던 중 몸이 불편하다며 지휘관의 허락을 받고 부대에 복귀하다가 실종된 지 하루 만에 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조사 결과 A씨가 베트남전 파병을 위한 훈련 부대에 배치된 지 5일 만에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듬해로 전군에 대비 태세가 강화된 시기였다.
 
위원회는 지난해 3월 A씨가 군에 만연했던 구타와 가혹행위, 신병에 대한 부대 관리 소홀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국방부도 지난해 11월 A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극단적 선택은 신병 관리를 소홀히 한 부대 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휘관들은 훈련 도중 몸이 좋지 않다는 A씨에게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총기를 소지한 채 복귀하도록 했고, 구타와 가혹행위가 행해지는 것을 알고도 예방 또는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족이 낸 소송에서 정부는 "국가가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신병 관리를 소홀히 했다거나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국가가 A씨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피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생존했다면 얻을 수 있던 소득(일실수입)을 5200여만원으로 보고, 이 중 국가의 책임을 50%로 인정했다. 아울러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A씨 2000만원, 별세한 어머니 1000만원, 형제 1인당 800만원으로 정해 상속분에 따라 원고들에게 배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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