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이날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및 리창 총리 등 시진핑 3기 지도부의 주요 인사들과 연이어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에서 하야시 외무장관은 중국에 구속된 일본인의 조기 석방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달 초부터 일본 제약업체 아스텔라스의 50대 남성 임원을 간첩 활동 혐의로 구속해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반간첩법 발효 이후 현재까지 최소한 17명의 중국인을 간첩 활동 혐의로 구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하야시 외무장관은 일본인 구속 건을 가리키며, 중국이 "일본 국민과 기업이 안전하게 근무하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현재 구속된 아스텔라스 임원에 대한 영사 접근을 허용해줄 것과, 중국 정부가 사법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직전인 2019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이번 회동은 양자 모두 외무장관 직에 오른 후 처음으로 가진 중-일 외교 수장 간의 대면 회동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하야시 외무장관은 자국민 석방 외에도 센카쿠 열도 근해에 중국 어선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과 남중국해 및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 증가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
中, 반도체 설비 수출 제재에 항의
반면 중국 측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및 대 중국 반도체 설비 수출 제재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친강 외교부장은 특히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설비 제재를 가리키며 "일본은 악당의 악행을 돕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설비 수출) 제재 조치는 중국의 자립 의지만 더욱 고취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위원 역시 "현재 중·일 관계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불시에 여러가지 잡음과 방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근본 원인은 일본 내 일부 세력들이 미국의 잘못된 대 중국 정책을 추종하면서 미국과 협력해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들에 있어 도발 및 방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하기로 한 가운데 올해 7월 중 규제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해당 규제 대상에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 중국 반도체 설비 수출 통제는 미국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반도체 설비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 역시 수출 통제에 동참한 상태이다.
중국 측은 설비 수출 제재 이외에도 대만 문제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양국은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전 계층에서" 긴밀한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합의했다. 리창 총리는 올해가 중·일 양국이 평화 협정을 맺은 지 45주년 되는 해라며 양국이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헤이룽장 사회과학원 동북아 연구소의 다쯔강 소장을 인용해 "리창 총리와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동은 중국이 이번 만남에 큰 중요성을 부여했다는 것과, 양국 간 관계를 건강한 궤도로 되돌리려는 중국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