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이상기후 여파로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청장 유희동)은 30일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환경부 등 24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내놓았다.
장마 기간과 장마 종료 후에도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위치하면서 시간당 100㎜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지난해 8월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사망자 17명과 실종자 2명 등 인명피해 19명이 발생했고, 3154억원 상당 재산피해도 봤다. 이뿐 아니다. 농경지 409.7헥타르(ha)가 유실 또는 매몰되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했다.
반면 비가 적게 내린 남부지방은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까지 기상가뭄이 이어졌다. 가뭄일수는 227.3일로 197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여파로 6∼7월 전남 신안·영광·진도·무안에서는 1442ha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섬진강 권역 댐 저수율은 2022년 12월 기준 예년의 54.8%에 머물렀다.
이른 열대야와 폭염도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해엔 예년보다 빠른 6월 25~27일에 열대야가 찾아왔다. 서울 지역 밤 최저기온은 같은 달 26일 25.4도, 27일엔 25.8도를 각각 기록했다. 7월 상순에는 경상 내륙지역 중심으로 일 최고기온 35∼38도까지 치솟으며 불볕더위가 발생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564명으로 전년보다 13.7% 늘었다.
전기 사용량도 폭증했다. 이른 더위로 지난해 6~9월 건물 부문(가정·공공·서비스) 전력수요는 9만932기가와트시(GWh)에 달했다. 2021년보다 4.6% 증가한 수치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5개로 평년(3.4개)보다 많았다. 7년 연속으로 9월에 태풍이 찾아오기도 했다. 특히 힌남노 상륙으로 경주·포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이 9월 일강수량 극값을 갈아치웠다. 11명이 숨지고, 2439억원 상당 재산피해도 봤다. 경북과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35ha 규모 산사태 피해도 있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022년은 기후변화 심각성을 체감하고, 이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상황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예측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