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경고…전문가들 "한국도 예외 아냐, 새 성장동력 찾아야"

2023-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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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빌딩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세계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500여 페이지 분량의 장기 성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이 연 2.2%로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과거 10년간(2011~2021년) 성장률인 2.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 저성장 여파가 한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전세계 국가들이 저성장에 돌입한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봤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세계은행 전망은 잠재성장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성장판' 개념"이라면서 "지난 2000년에서 2010년까지 글로벌 성장세가 3.5% 수준으로 강했는데 당시 세계 경제가 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국 사람의 성장으로 비유했을 때 '성장판이 서서히 닫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오 팀장은 또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이 2.2% 수준이라는 것은 해당 수준에서 안정적 성장을 하고, 만약 성장세가 더 높다면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는다는 뜻"이라며 "과거와 같이 아름다운 고성장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진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성장률과 관련해선 '생산성 둔화' 등을 주요 변수로 꼽기도 했다. 그는 "국가 간 교역이 활발하거나 임금이 낮은 경우, 금리가 낮은 경우 한 단위 제품을 생산할 때 들어가는 생산비용이 줄어든다"면서 "이 부분이 전체적으로 팽창되다보니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가격이 비싸진다. 이는 사람들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저성장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평균 1.1%로 예상했다. 기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원자재 가격 안정 등을 근거로 중국(4.8→5.2%)과 베트남(6→6.1%)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성장률 예측치를 높였으나 국내 성장률에 대해서는 1%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대해 김민식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장은 "(저성장 기조에)경각심을 갖고 여러 정책을 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의 핵심"이라면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해당 이슈는 전세계 국가들이 고민하고 필요로 하는 과제"라며 평가했다. 특히 보유자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을 발판으로 성장한 한국 입장에서는 더욱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가 뼈아플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수출 자체가 우리의 성장동력"이라며 "때문에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국내 수출과 투자, 소비가 함께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무역적자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가팔라지면서 이달 들어 무역적자는 62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올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만 벌써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오건영 팀장은 "이달에도 무역적자 가능성이 높은데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내 수출 성장이 굉장히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해 더 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노동공급 증가와 생산성 향상, 투자 교역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민식 한은 팀장은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경쟁력을 고도화시켜 나가 우리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있게끔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또 노동 공급을 확대하고 투자 생산성 향상을 지속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적절한 구조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건영 팀장도 해외 국가들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게 된 만큼 저성장 타파를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 특히 '과학기술 발전' 등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고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오 팀장은 "이창용 한은 총재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한국은 과거 중국의 고성장에 기대어 성장한 측면이 크다"며 "앞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진 만큼 새로운 동력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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