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동아시아 및 태평양(동아태) 경제가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양호한 성장률을 이어가겠지만, 앞으로는 중국 경제 둔화 여파 등으로 인해 앞으로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7일(이하 현지시간) '2024 10월 동아태 경제 업데이트: 험난한 시기에 굳건한 성장'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세계은행이 이처럼 동아태 및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달 중국 정부가 지준율·정책 금리 동시 인하를 포함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 또한 4.8%로, 4월 전망치(4.5%) 대비 0.3%포인트 상향했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월과 같은 4.3%로 유지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된 (중국) 부양책은 단기적 성장률은 끌어올리겠지만 장기적 성장률은 심층적인 구조 개혁 여부에 달려 있다"고 평했다. 중국에 시급한 것은 소비 수요 회복이지만 중국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은 공급 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아디트야 마투 세계은행 동아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일 CNBC에 출연해 중국 부양책의 "재정적 측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중국 부양책이) 급여 감소, 부동산 수입 감소와 질병, 고령화 및 실업자가 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실질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는지 여부"라고 언급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도 동아태 지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수년간 미중 무역 분쟁으로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에 기회가 생겼지만 앞으로 원산지 규정 등 수출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지난 10년간 6%에 달했던 중국 수입 증가율이 올해 들어서는 3% 아래로 떨어진 것을 가리키며, 지난 30년간 중국 이웃 국가들이 중국의 강력한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었지만 앞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그 수혜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마누엘라 페로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 엔진의 하나"라면서도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동아태 국가들이 중기적 관점에서 강력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역과 기술 변화의 패턴에 맞춰 선제적으로 각국 경제를 선진화 및 개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동아태 국가들의 경제 구조상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고용 위협의 정도가 전체 인력의 10% 정도로, 선진국들이 약 30%에 달하는 것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로 대표되는 기술 변화 및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요소는 동아태 지역의 경제에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설명했다.
마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무역 협정을 심화하고, 사람들에게 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이동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