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부터 2일 급수 6일 단수.'
지난 15일 전남 해남군 땅끝항에서 배를 타고 30여 분 달려 도착한 완도 노화도 산양진항에는 이런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완도는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둘러본 완도 노화도와 보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제한급수가 지금껏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때 '2일 급수 4일 단수'였던 제한급수는 이달 초 이틀만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를 주고, 6일은 물 공급을 끊는 상황으로 돌아갔다.
섬마을 주민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보길도 주민인 조충연씨는 "불편한 것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세수한 물도 안 버리고, 목욕도 4~5일에 한 번 하고 있다"고 했다. 김종덕 보길면 노인회장은 "물이 생활에 가장 중요한데 가뭄으로 비가 오지 않아서 단수 기간이 또 늘었다"며 "여름이 다가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수원지인 '부황제' 저수지도 메말랐다. 조창현 한국수자원공사 완도수도지사장은 "현재 저수율이 16%도 안 된다"며 "지금 있는 물로는 30일 정도만 식수 공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보길도 지하수저류지 공사에 한창이다. 지하수저류지는 땅속 깊이 물막이 벽을 설치한 다음 지하수를 모아 두는 시설이다. 지하 인공댐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모은 지하수를 저수지로 보내 식수로 만든다.
2019년 시작한 공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다. 올 1월부터는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영목 수자원공사 사업기획처장장은 "이렇게 만든 식수는 보길도·노화도 8000여 주민에게 공급한다"며 "현재는 500~600톤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데 목표량은 1100톤"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섬에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선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을 염분이 없는 담수(淡水)로 만드는 것이다. 2018년 4월부터 환경부 지원 아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추진 중이다. 12개 연구기관도 참여한다. 연구 기간은 올 연말까지다.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2월엔 '드림즈'호가 진수했다. 1800톤급 세계 첫 자항식(자체 동력으로 항행) 해수담수화 선박인 드림즈는 담수를 하루 300톤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주민 1000명이 쓸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엔 완도 소안도 주민들에게 담수 1800톤을 시범 공급하기도 했다.
이날 드림즈호가 정박해 있는 목포 삽진산업단지 부두에서 만난 플랜트 기술개발단장인 이상호 국민대 교수는 "섬에 있는 해수담수화 시설은 낡아서 유지관리하기 까다롭다"며 "선박에 시설을 탑재해서 물을 공급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