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랜서로 일하던 디자이너 A씨는 최근 한 대기업에 입사해 회사를 대표하는 새로운 캐릭터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캐릭터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면서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컵, 수첩, 인형 등 '굿즈'를 생산했고 회사는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캐릭터 저작권이 회사에 있어 A씨는 수익으로 인한 직접적인 보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들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저작물과 저작권에 대한 창작자들의 인식도 예전과 달리 많이 향상됐다. 회사나 에이전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을' 위치에 있어 그동안 피해를 입어도 이를 공론화하지 못하고 끙끙대던 창작자들도 이제 저작권 침해로 피해를 입으면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신의 창작물로 인해 회사가 수익을 올려도 창작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은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자동적으로 회사에 귀속되도록 하고 창작자들에 대한 보상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회사에 속한 창작자들이 만들어 낸 창작물들은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한다. 저작권법 9조는 법인 등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 저작자는 계약 등에서 다르게 정하지 않았다면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 저작물을 작성한 사람을 저작자로 하는 특약을 맺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창작자들이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디자이너 출신인 서유경 변호사는 "업무상 저작물 규정은 사용자주의를 취하고 있어 창작자가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 '저작권은 실제 저작물을 작성한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특약을 맺어야 예외가 인정된다"며 "하지만 입사 당시는 대부분 신인 창작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 같은 특약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콘텐츠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보다 콘텐츠 기업에 속해 일하는 창작자들이 많아진 만큼 창작자와 회사를 균형적으로 고려한 개정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소속 창작자가 애초에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가 양도를 해야 그 대가로 회사에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는 건데 현행법에는 애당초 회사에 귀속되도록 정하고 있어 법에 근거해 보상금을 요구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발명진흥법에는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두고 회사의 종업원이 업무상 발명한 결과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에도 이 같은 보상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