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반도체 전쟁, 한국은 DRAM 제패에 목숨을 걸어라

2023-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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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일본의 미일반도체협정을 직시하라…

지금 반도체는 첨단기술개발로 초고수익의 선발자 이익을 누리는 고수익성 사업도, 재벌의 수익사업도 아닌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했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을 계기로 4차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를 무기로 등장했다. 

반도체가 패권장악의 무기로 변신하면서 반도체는 “먹고사는 경제상품”에서 “죽고 사는 안보상품”으로 격상됐다. 숲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 없다. 반도체가 안보상품으로 격상하는 순간 반도체는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첨단무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용수익 상관없이 확보하는 것이 정답이다. 미국이 외자반도체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정부자금을 5~10년 이상 쏟아 붓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펜타곤이 원자폭탄 개발하듯이 신무기를 확보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반도체 패권의 법칙은 집적도를 높이는 “무어의 법칙”이 아니라 무조건 1류기술, 무조건 소유하라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신무기를 확보하는 미국의 프로젝트가 된 반도체산업에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없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만 있을 뿐이다.

37년 전 일본 반도체산업을 죽였던 1986년의 미·일반도체협정을 주목해야 한다. 인텔마저 DRAM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일본 반도체를 미국은 1986년부터 5년 단위의 미·일반도체협정 단 3번 만에 몰살시켰다.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 반도체 몰락의 배경은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취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추격하는 한국을 물로 본 일본 반도체업계의 오판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국방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때문이고 일본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일본 핵우산제거의 위협에 당했다.

지금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로 정의했다. 미국의 안보상품으로 등장한 반도체는 “막가파”다. 뭐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고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뒤로는 쇠몽둥이를 내보일 판이다. 미국은 최첨단 대만의 로직 파운드리 기술을 확실하게 미국에 내재화할 때까지는 대만에게 감언이설과 우대 조치를 하고 한국은 대만의 변심이 나오지 않도록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반도체는 미국이 정의한 대로 안보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만에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무기를 팔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첨단 반도체공장을 미국에 짓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70년 한·미군사동맹을 통해 과거 일본에 썼던 미·일반도체협정과 같은 안보 위협을 암시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공장 내재화에 동참을 강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중이 10년 동안 칼 한자루만 갈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가장 안전한 국가는 과연 미국일까? 일본은 지진이 문제고 대만은 지진과 물이 문제고 중국의 미사일 한방이면 끝난다. 한국은 지진과 물이 문제는 아니고 지역정서법이 문제이고 북한의 미사일에 반도체 첨단라인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환경과 인권 그리고 보조금을 미끼로 한 기술탈취의 위험이 도사린다. 중국도 당장은 보조금, 법인세인하 관세인하로 유혹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술약탈의 위협이 상존한다.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국, 일본, 대만은 위험한 지역이고 기술보호에서 미국과 중국은 더 위험한 지역이다. 부서진 공장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빼앗긴 기술은 다시 빼앗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안전지역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연재해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고 기술에서 다른 국가 경쟁자들이 추격할 수 없게 만드는 수 외에는 묘수가 없다. 

28년 전인 1995년 YS정부 시절에 한국에는 반도체는 1류, 기업은 2류, 관료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28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더 절절해졌다. 4류는 세계 반도체 정세를 못 읽고 미, 중, 일, 대만, 유럽이 모두 반도체 육성에 목숨을 걸었는데 한국만 반도체지원을 재벌의 수익사업으로, 당쟁의 건수 잡기로 보는 근시안적 태도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3류는 여소야대 국회가 겁나서
지레 겁먹고 하나마나한 지원책을 내놓아 대통령에게 지적 받고 부랴부랴 수정하는 판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2류였던 한국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이 무시 못하는 세계 1류의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3류와 4류가 길을 막으면 안 된다. 뭐든 미국을 베끼면서 왜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한국의 미래가 달린
산업정책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정책을 베끼지 않는지 이상하다.

한국 인구의 28배, 대졸자의 24배를 가진 G2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목숨 걸었고, 반도체기술의 원조 할매집 G1 미국이 반도체 생산을 국가안보라고 정의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G1, G2가 10년 동안 칼
한자루만 갈면 세상에 못 벨 나무가 없고 당할 고수가 없다.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미국이 파격적인 우대조치로 보조금을 뿌리면서 한국과 대만기업을 유혹하고 있지만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세상에 공짜돈은 없다. 하물며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돈을 공짜로 먹겠다는 간 큰 생각은
오산이다.

코로나 특수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오판한 결과가 공장에서 유통 최종단계까지 모두 과잉재고로 대불황의 몸살을 앓는 것이 지금 세계반도체시장이다. 4년마다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현기증 나는 반도체 하강 사이클은 하수에게는 개미 지옥이고, 고수에게는 놀이터다. 

DRAM시장의 역사를 보면 대불황 때마다 3류를 죽이고 살아남은 자 1, 2류들의 잔치였다. 80~90년 미국의 일본 죽이기(1986년 미·일반도체협정), 2000년대 대만의 독일(2009년 키몬다 파산) 죽이기, 2010년대 한국의 일본 죽이기 (2012년 엘피다 파산)가 예다. DRAM시장은 과거 20개 이상의 기업이 피터지는 경쟁을 하던 완전경쟁시장에서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개 기업으로 정리되었다. 2023년의 반도체 대불황, 한국이 담대한 전략으로 3류기업 하나를 더 정리한다면 DRAM은 한국 기업의 독무대가 된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에 끼인 한국, 미국의 “보조금의 함정”에 빠졌다. 시간이 촉박한데 약한 것을 보완해 이기는 것은 방법이 아니고 강한 것을 무기로 곤경을 타개하는 것이 답이다. 한국은 반도체불황에 DRAM 1등의 강점을 활용해 과감한 3등 죽이기 전략을 써야 한다. 

CPU든 GPU든 메모리 없이는 안 된다. 미국의 쥐꼬리 보조금에 목숨 걸기보다는 한국은 DRAM시장의 제패에 목숨 걸어야 승산이 있다. 그러나 상대는 미국 기업이고 이를 실행하려면 기업의 결기와 패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과감한 인재공급과 자금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지금 반도체는 기술전쟁 아닌 “쩐(錢)의 전쟁”, “인재(人才)전쟁”이다. 미국보다 못한 자금, 세제지원, 기업이 시급하고 절절히 필요하다는데도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한국 반도체산업도 일본이 갔던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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