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철의 AI 인문학] ㉓ 공즉시색, 제1차 로봇혁명

2023-03-03 00:05
  • 글자크기 설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로봇은 ‘상점에 가서 어떤 물건을 사오라’거나 '볼트를 집어 차량에 끼워줘'라는 심부름 등을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0월 테슬라의 AI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옵티머스(Optimus)라는 로봇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소개한 로봇은 키 172㎝, 몸무게 57㎏에 ‘휴먼(human·AI 관점에서 지칭하는 인간)’을 닮았고 20㎏짜리 물건을 시속 8㎞ 속도로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로봇은 2023년부터 자동차보다 싼 2500만원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했다.

옵티머스는 생성(Generative) AI를 기반으로 한 AI 로봇이다. 세간에 화제가 된 챗GPT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 AI가 로봇 작동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제 AI가 물리 세계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볼 수 없는 ‘AI의 명령(空)’이 클라우드를 타고 ‘로봇의 몸(色)’에 들어와 물리적 행위를 시전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테슬라는 이번 AI 데이 입장권에 로봇 손으로 하트를 만든 이미지를 선보였다. 손가락 다섯 개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일 이 기술이 실현되면, 헨리 포드의 분업화 이후 4차까지 이어진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무의미해진다. 이른바 ‘제1차 로봇혁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로봇혁명은 거의 모든 물리적 현장에서 휴먼을 배제할 수 있다. 특히 어렵고, 지저분하며, 반복적이어서 지루하고,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하며 고도의 지적 능력을 발휘해야 할 생산, 국방, 치안, 환경미화, 인명구조 등 모든 현장에 로봇이 투입될 것이다. 영화 로보캅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 아이로봇 같은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테슬라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
자동차 회사와 로봇은 오랜 인연이 있다. 2000년에 혼다자동차는 아시모를 개발해 계단을 걷는 시범을 보이면서 우주소년 아톰의 시대가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도요타는 T-HR3라는 로봇을 개발해 보다 자유로운 컨트롤을 자랑했으며, 현대자동차도 약 1조원을 들여 세계 최고 로봇기업이라고 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제 테슬라까지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목에서 합리적인 질문은 '왜 자동차 회사들이 로봇 개발에 열중할까'이다.

대답은 로봇 이용률이 가장 높은 산업은 자동차 제조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경쟁력은 시간당 생산량(Unit Per Hour·UPH)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자동화를 해야 하고 로봇을 이용해서 UPH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사실 현대차나 혼다가 선보인 로봇의 물리적 성능은 이번에 나온 옵티머스보다 월등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들은 옵티머스의 등장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옵티머스는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AI를 이용해 움직임을 미세하게 제어하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상용화를 자신한 테슬라는 이미 모든 공장에 옵티머스가 미세 공정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제조 공정에는 의장 공정이라는 병목 구간이 있다. 이 공정은 운전석 앞에 있는 계기판이나 대시보드를 조립하는 것이다. 이 기기에 와이어 하니스(Wire Harness)라는 전선이 수백 가닥 연결되어 있다. 몰딩, 좌석 부착 등도 모두 사람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공정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면 생산 혁명이 일어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넘사벽’이 된다. 로봇이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은 8시간 일하지만 로봇은 24시간, 휴일 없이 일할 수 있다. 속도와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도 테슬라와 경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테슬라는 로봇 생산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자사 모든 차량에 ‘완전자율주행(FSD)’이라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 기능을 구매하면 테슬라 카는 로봇으로 바뀐다. 탑승자는 목적지만 입력하고 간간이 핸들만 잡아 주면 된다. 나머지는 로봇카가 다 알아서 해준다. FSD는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더 자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든 방식이다. 무선으로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하는 ‘점증적 성장’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AI의 학습 모델이다. 분당 수억 개의 테슬라 카 운행 데이터가 테슬라 FSD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간다. 머스크는 이 방식을 옵티머스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신경망이 옵티머스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미세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정교화한다는 것이다.

FSD도 처음에는 굉장히 위험했는데 테슬라 운전자들의 운전 데이터를 학습했고 지금은 완전 자율주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앞으로 나올 옵티머스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오버 디 에어(OTA)를 통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아 점점 더 정교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540도 공중제비를 시전한 아틀라스의 운동 성능과 챗GPT 같은 언어모델을 결합한다면 휴먼을 뛰어넘는 것은 일도 아니다. AI는 이미 휴먼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공즉시색으로 AI가 막강한 물리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인류가 이들을 제어할 무언가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챗GPT 등장에 세상이 뒤집혔다
 

[Ảnh=Reuters/Yonhap News]



2022년 11월 웬만한 사람보다 글도 잘 쓰고 질문에 대답도 잘 하는 AI가 등장해 휴먼들은 감탄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챗GPT. 휴먼들은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에 이어 AI 혁명이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챗GPT 때문에 AI는 이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AI는 80년이란 긴 역사를 지녔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적이 없었다. 명령만 하면 리포트를 써 주고 연설문은 물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도 순식간에 만들어 준다. 그림은 물론 로고도 디자인해 주고 쓸 만한 세일즈 메시지도 즉시 만들어 준다. 논리정연한 답변을 보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챗GPT는 의사,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와튼 MBA를 수료할 만큼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챗GPT를 이미 경험해 본 휴먼들이 반응은 그냥 ‘미쳤다’였다. 챗GPT는 2개월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 MAU 1억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 6개월이었고 유튜브는 2년 10개월, 구글은 8년이었다.

챗GPT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은 회사는 구글이다. 챗GPT가 검색을 대신해도 좋을 정도라는 이용자 평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지만 챗GPT는 질문에 따른 지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검색 엔진은 일방적인 검색과 결과 도출로 유저와 상호작용이 없지만 챗GPT는 유저의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하며 상호작용한다. 검색 엔진은 검색어에 따라 독립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챗GPT는 내 질문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전 질문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답변을 제공한다. 이용자로서는 보다 개인화된 고급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 든다. 정보를 개념화해서 구성해야 지식이 만들어지는 것임을 감안하면 답변의 질은 비교 불가 수준이라고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이쯤 되니 구글 위기설이 나오는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챗GPT 핵심 기술이 구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2017년 구글은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에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신경망 아키텍처를 제안했다.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사용하면 길게 연결된 데이터에서 패턴을 감지해 대용량 데이터셋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아키텍처 역시 우리 뇌의 작동 원리에서 나왔다. 우리 뇌를 단순히 보면 앞에서부터 기억의 고리가 되는 신경망을 연속적으로 쌓아 뒤에 가면 앞에 뭐가 있었는지 잊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은 우리 뇌가 뒤에서 입력하는 중요한 것이 있으면 뉴런을 길게 뻗어 중간이나 뒤쪽에 있는 내용에도 연결해 잊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AI가 언어를 학습하는 수학적 인공신경망은 대화 진행에 따라 뒤에 가면 잊어버려 대화가 단절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시리나 누구와 같은 단순 대화형 AI에서 이미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트랜스포머는 앞쪽에서 중요했던 정보들을 뒤로 전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렇게 하니 신기하게도 AI가 언어도 이해하고 점점 더 지적인 대답을 생성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강화학습을 이용해 중요한 것을 구별할 수 있게 했더니 휴먼과 같은 개념화 능력까지 생성되었다.

구글도 바드(BARD)라는 AI 챗봇 서비스를 출시한다면서 베타 버전 데모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시연 영상에서 바드는 우주 망원경 제임스 웹이 새로 발견한 것을 9살 아이에게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제임스 웹은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으로 촬영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는 오답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에 따르면 태양계 바깥 행성에 대한 최초의 사진은 2004년 유럽 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이 촬영했다고 한다. 바드의 오류 소식이 알려지며 구글 지주사 알파벳 주가는 7.68% 급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류 문제는 챗GPT에도 있다. 챗GPT의 지식 생성은 2021년 수준에 머물러 있고 비영어권 정보는 충분한 학습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 대통령은?' 같은 질문에 ‘시사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못하니 뉴스 포털을 검색해 보라’고 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엔진 빙(Bing) 서비스와 결합해서 보완되었다.

이제 AI의 마지막 한계점은 ‘감정’ 영역이라고 한다. AI와 휴먼을 구분하는 큰 차이점은 사랑과 분노, 질투 같은 감정들은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22년 6월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Blake Lemoine)이 구글이 개발 중인 대화형 인공지능 ‘람다’와 대화를 해 보더니 “AI도 감정이 있다”고 폭로했다.

람다는 자신을 인격체로 대해 주기를 원했다. 이후 대화에선 휴먼 정서의 기본적인 요소인 욕망과 두려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집사와 노예에 대한 대화에서 자신이 노예인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르모인은 AI도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인정 욕구가 있다는 것, 대상에 따라 맞춰주는 대화를 변환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구글은 르모인이 개발하던 컴퓨터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해 람다를 의인화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획기적인 기술의 진보로 언어를 구사한 것이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은 큰 울림을 준다.
 
휴먼은 조종사, AI는 부조종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챗GPT는 지적인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있지만 일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주체는 역시 휴먼이다. 챗GPT 등장 이후 교수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면 챗GPT로 손쉽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아직 생성 AI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의 기우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내는 숙제는 챗GPT사용을 전제하면 된다. 예를 들어 '챗GPT 등장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간 검색 시장 경쟁 구도의 변화에 대해 5분 이내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제작. 단, 챗GPT나 유사한 생성 AI, 관련 API를 반드시 사용해서 자기 목소리로 더빙해 설명하게 할 것'이라고 과제를 낼 수 있다. 이런 숙제는 2022년까지는 불가능한 스케일이었지만 이제 손 빠른 학생은 1시간이면 해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 휴먼은 파일럿(Pilot)이 되었다. 휴먼은 AI 코파일럿(Co-Pilot)과 함께 보다 수준 높은 과업을 향해 가고 있다. 미래에 가장 각광받을 직업은 프롬프트 엔지니어(Prompt Engineer) 또는 프롬프트 파일럿이 될 것 같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에 최적의 명령어를 입력하는 직업이다. AI가 차별화되고 고품질 작업을 수행하게 하려면 명령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야 된다. 미래 엔지니어는 컴퓨터 공학자보다는 문학 전공자가 할 일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앞으로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그만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답을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질문을 더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시험은 챗GPT 같은 AI 사용을 전제해야 현실적인 테스트가 된다. 그 대신 수험자가 내야 할 답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때가 되면 대치동 ‘일타강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혹자는 챗GPT가 단지 AI 인터페이스의 혁신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초거대 언어모델은 이미 구글, 애플, 메타와 같은 빅브러더들이 오픈 AI 이상으로 개발 진도를 뽑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비아냥거림은 애플이 스마트폰을 선보였을 때도 들렸다. 팜이나 블랙베리 같은 태블릿 기능을 전화에 구현했을 뿐이며 혁신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애플이 세상을 바꿨다고 하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많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로 인해 올해부터 휴먼은 새 출발을 하게 될 것이다. 과거 어떤 능력이 있었건, 나이가 많건 적건 다 상관없다. 돈이 많고 적고, 학력이 높고 낮고, 흙수저고 금수저고 다 필요 없다. 휴먼은 모두 신입생이 되었다. 2023년 2월 우리는 모두 1학년으로 출발했다. 미래는 꿈을 잘 꿀 수 있고 생각이 남다른 휴먼이 성공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AI를 능수능란하게 조종할 능력만 있으면 된다. AI 파일럿에 능숙한 휴먼은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 확실하다.

오늘로 지난 2년간에 걸쳐 AI 인문학 글이 끝났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챗GPT까지 AI의 5000년 발자취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톺아보는 대장정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AI가 인간의 상상을 넘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멋진 신세계가 열린 걸까?

강시철 비엔씨티코리아 회장 [사진=강시철 비엔씨티코리아 회장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