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프로셰어즈QQQ 시리즈'의 창시자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크립토펀드를 출시한다.
이태용 웨이브릿지 글로벌전략총괄(CGSO)은 지난 2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인컴옵션 전략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하이인컴 사모펀드(BTCHI)’를 오는 3월 말 사모펀드 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괄은 “상품은 차별성과 매력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격 변동성이 있는 비트코인을 자산운용사가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펀드를 만드는 것 역시 하나의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웨이브릿지는 퀀트 기반의 가상자산 운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외 전통금융 출신들이 만들었다.
2년 전 웨이브릿지에 합류한 이 총괄은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다. 과거 그는 미국 최초 나스닥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인 프로셰어즈의 울트라QQQ·숏QQQ·울트라숏QQQ 시리즈를 최초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후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겸 글로벌 ETF 헤드로 자리를 옮겨 해외 상장 ETF 상품인 글로벌엑스(Global X) 나스닥100 커버드콜(QYLD)을 출시했다. 그 밖에도 캐나다 호라이즌(Horizons), 호주 베타 셰어즈(BetaShares) 등을 인수하며 3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ETP 상품을 운용했다.
웨이브릿지는 그의 글로벌 ETF 네트워킹과 역량을 가상자산과 결합시키기 위해 미국 자산운용사 슬레이트힐과 함께 합작법인(JV) ‘네오스’를 설립했다.
네오스는 먼저 전통금융을 기반으로 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채권·국채 기반의 ETF 3종(CSHI, BNDI, SPYI)을 미국에 출시하며 회사 이름을 알렸다. 출시 5개월이 된 네오스 ETF의 현재 운용자산은 약 2280만 달러(약 3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90% 증가했다. 지난 14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자사 ETF 2종(CSHI, BNDI)의 상장을 기념하기 위해 장 마감을 알리는 ‘클로징 벨’ 행사를 가졌다.
그는 “글로벌 ETF 시장을 보면, 미국이 시장 점유율의 약 70%를 차지한다”며 “미국에서 자리를 먼저 잡으면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일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학개미도 미국 ETF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BTCHI 역시 미국에 사모펀드 형식으로 출시된다. 펀드 최초 투자자는 이 총괄이 될 예정이다. 그는 “갖고 있는 비트코인 일부를 펀드로 옮길 예정”이라며 “이들 비트코인이 어떻게 펀드 형태로 탈바꿈하게 되는지 이를 지켜보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BTCHI의 최소 투자금액은 2만5000 달러(3300만원)로 비트코인으로 따지면 1개 분량에 해당된다. 그는 “투자금액을 떠나 중요한 건 세일즈”라며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컨택 포인트가 있어 그들을 통해 계속 상품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도 상품 시장에서 하나의 '통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 총괄은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할 생각이고, 다른 보유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 달에 2%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물론 비트코인이 20% 이상 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보수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폭락장에서는 위험 요소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BTCHI는 현지 금융기관 및 투자자문업자(FA) 등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FA는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자 계층 중 하나로 수조, 수천억원을 굴린다”며 “이들은 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투자자 자산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체로 자산의 1%~3% 정도는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BTCHI도 최소 수조원대의 자산규모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총괄은 “지금은 비트코인이 금융상품을 만드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대상이 되겠지만, 다음에는 이더리움과 같은 메이저 알트코인은 플랫폼, 통화 등 특성에 따라 나뉘어 테마형 상품으로 또 다른 펀드, ETF 상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전통금융인 출신으로서 이 총괄은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미국 ETF 시장의 규모가 약 6조 달러(7929조원)에 달한다”며 “그만큼 시장이 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쉬운 접근성’과 ‘투명성’덕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FTX 사태'를 지켜보며 가상자산 생태계의 취약성을 발견했다"며 "기존의 전통금융 경험을 살려 혁신을 해지지 않는 선에서 거래소 기능, 상품 출시 방식 등이 개선해 시장이 건강해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증권사들의 토큰증권 사업 발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총괄은 “토큰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전통금융업계에서 중요한 시도“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시작으로 와인, 반도체 등 기업이 아닌 실물을 기초로한 토큰 증권 등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블록체인은 기술을 통해 모든 프로세스를 안전하게 더 빠르게, 싸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할을 드디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