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기준금리 추가인상 우려가 대두되면서 증권주가 약세다. 통화긴축이 야기한 증시 변동성 확대로 부진을 겪은 증권사들의 실적이 올해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에서도 증권사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는 모양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증권 지수는 전일 대비 22.49포인트(1.26%) 내린 1767.4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증권 지수는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증시에 상장된 증권주로 구성된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주가 약세는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미국의 물가지표에서 기인했다. 이들 증권사는 주식거래 수수료로 적잖은 수익을 창출하는데 물가지표 강세는 통화긴축을 유발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비우호적인 환경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PCI)는 전년 대비 6.4% 오르며 컨센서스(6.2%)를 상회했다. 24일 발표된 1월 근원개인소비지출(PCE)도 4.7% 오르며 컨센서스(4.4%)를 웃돌았다.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로 귀결됐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3월과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p)씩 인상한 후 연내 피봇(정책전환)을 기대했다. 하지만 물가지표의 반등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대 CPI로 가는 과정이 험난해지면서 연내 피봇은 고사하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27일 기준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3월 FOMC 50bp 인상을 점치는 비중은 28.4%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6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가 25bp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금시장에서도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AA+)은 지난 24일 2년물 1000억원, 3년물 1500억원 등 총 25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주문액은 6200억원에 그쳤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48대 1로 넉넉하게 모집액을 채운 수준이지만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다른 증권사들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다.
올해 증권사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지난 9일 2000억원을 모집한 미래에셋증권(AA)이 5.63대 1로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과 같은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KB증권은 1월 31일 3000억원 모집에 1조2000억원이 몰리며 4대 1을 기록했다. 신용등급이 삼성증권보다 낮은 대신증권(AA-)도 1000억원 모집에 3150억원이 몰리며 3.15대 1을 달성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물가지표 쇼크가 발생하기 전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곳들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호재에만 반응한 증시에 단기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코스피는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통화정책 이슈가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속도 및 정도의 차이로 인한 여진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