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기업, IRA·칩스법에 美 로비 금액 대폭 증가

2023-02-2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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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법 제정 '통상정책' 무기화

작년 하반기부터 의회 겨냥 영향력 키우기

반도체·배터리 관련 분야 비용·역량 집중

미국 백악관, 상무부, USTR(미국 무역대표부) 등을 상대로 사업 인프라, 무역조항, 관세 등에 대한 로비 활동을 이어오던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모든 로비 역량을 의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상무부, USTR를 통해 통상정책을 펼친 트럼프 정부와 달리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 법 제정을 통상정책의 무기로 사용하는 바이든 정부의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미국 상·하원에 제출된 로비내역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아메리카, 삼성SDI 등 법인의 이름으로 총 320만 달러(약 41억6000만원) 규모의 로비를 진행했다. 이는 전년 동기(192만 달러) 대비 64.1% 증가한 금액이다.

로비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는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공표한 반도체 지원법인 일명 ‘칩스법’과 관련한 자문, 의회 동향 파악 및 의사전달 등이다. 반도체 산업과 칩스법 관련 로비는 오로지 미국 의회를 상대로만 진행됐다.

2021년까지 미국 로비업계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삼성SDI도 지난해에는 적극적인 로비를 진행했다. 내용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으로 역시 로비 대상은 의회에 집중됐다. 삼성SDI가 IRA 등과 관련해 지난해 사용한 로비액수는 29만 달러에 달한다.

삼성과 같이 미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도 상황은 같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전년 동기(180만 달러) 대비 68.33% 증가한 302만 달러를 대미 로비에 사용했다. SK하이닉스도 칩스법과 관련한 로비를 확대했으며, 대상은 상·하원으로 한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지난해 하반기 로비 내역을 미국 의회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IRA 법과 관련한 다수의 로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의 지난해 하반기 로비액수는 전년 동기(102만 달러)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32만 달러를 기록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로비를 진행했으며, 하반기 주요 로비 내용은 IRA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의 활동이다. 액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1년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특허권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12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로비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해당 현안이 종료된 만큼 지난해 로비액수는 큰 폭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기차 보조금에 영향을 미치는 IRA 대응에 나섰다. 기존에는 그룹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미국 법인 ‘슈퍼넬’의 자율주행 규제 관련 로비와 철강 계열사 현대제철의 반덤핑관세가 주요 로비 내용이었다.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이 IRA에 대응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하반기 로비 액수는 전년 동기(119만 달러) 대비 5.04% 증가한 125만 달러를 기록했다. 
 
로비스트 업계 관계자는 "의회를 중심으로 대중 제재 및 자국 보호주의를 펼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방향으로 인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로비활동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당분간 법 제정을 통한 미국의 통상활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더욱 의회 내 영향력을 키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회의사당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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