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Chat Bot)인 챗GPT 사용자가 2023년 1월 월간 기준으로 1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일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나온 기록이다. 투자은행 UBS는 챗GPT가 1월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onthly Activity User: MAU) 1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했다. MAU는 월 단위로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 수를 뜻한다.
이 같은 기록은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훨씬 빠르다. 틱톡은 1억 MAU에 도달하는 데 9개월, 인스타그램은 30개월, 핀터레스트는 41개월 걸렸다. 챗GPT 월 사용자가 1억명을 돌파한 것은 핀터레스트보다 20.5배 빠르고, 인스타그램보다 15배 빠르고, 틱톡보다는 4.5배 빠른 기록이다.
‘인터넷혁명’과 ‘스마트폰혁명’에 이어 이들과 맞먹는 ‘챗GPT혁명’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업화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된 때는 월드와이드웹(www)이 개발·배포되기 시작한 1991년 이후이며, 웹이 대중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93년 이용자에게 편리한 브라우저의 개발이었다. 이때부터 인터넷혁명이 우리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애플사가 2007년 1월 9일에 발표한 아이폰 2G이다. 스마트폰이지만 2G이고 휴대폰의 역사를 바꾼 폰이다. 2009년에 아이폰 3GS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출시되었고, 그 후 2010년에 삼성이 갤럭시S를 발표했고 세계시장으로 확산됐다. 이렇게 해서 스마트폰혁명이 진행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막대한 기술 투자를 단행하고 상용화 독점권을 보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3년 1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신년사를 챗GPT가 써보게 했더니 훌륭하더라, 잘 연구해서 공무원들이 활용할 수 있게 잘 리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맥 혁신경영연구소의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는 '챗GPT가 와튼 MBA(경영학석사)를 수료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챗GPT는 와튼스쿨 MBA의 필수 교과목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에 응시했고, 학점은 'B-'에서 'B' 사이를 받았다. 웬만한 학생 수준의 우수한 점수다. 터비시 교수는 "챗GPT는 설명력이 특히 뛰어났고 사람이 정답에 대한 힌트를 주면 이를 수정하는 것도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시험도 통과했다.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의 조너선 최 교수는 일반 로스쿨 학생이 치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챗GPT가 응시하도록 했다. 객관식 문항 95개와 에세이 문항 12개로 이뤄진 학생들이 보는 것과 동일한 시험문제였다. 이 시험에서 챗GPT는 에세이까지 순식간에 써내면서 종합점수 C+를 받았다.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점수다.
챗GPT가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의료 스타트업인 앤서블헬스 연구진은 챗GPT에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실시한 결과 모든 시험에서 50% 이상 정확도를 보여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서 챗GPT는 MBA, 변호사, 의사 자격을 갖춘 ‘3관왕’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챗GPT가 작문이나 객관식 시험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음이 밝혀지자 미국의 학교에서는 챗GPT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에서는 챗GPT 사용이 금지됐다. 챗GPT로 쓴 글을 식별해내는 '제로GPT'라는 서비스도 나왔다.
챗GPT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실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실망스러운 답변을 할 때도 적지 않다. 챗GPT가 내놓는 정보의 신뢰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 내놓는 과정에서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포함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2023년 세계 10대 리스크’ 보고서에서 “대화 생성 AI로 인해 가짜 정보가 번성할 것이고 사회적 결속과 상거래, 민주주의의 기반인 신뢰는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가 급부상하면서 국내외 ‘초거대 AI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시간 질의응답은 물론 사용자 요청에 따라 작사·작곡 같은 창작활동과 코딩까지 가능한 챗GPT가 AI 업계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초거대 AI(Hyperscale AI)는 대용량 데이터로 학습된 수천억개 매개변수 기반으로 인간처럼 종합추론을 할 수 있는 AI다.
'챗GPT'의 등장은 MS와 구글 등 빅테크 회사들의 AI 기술 경쟁에 불을 지폈다. MS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사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자사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접목했고, 이에 맞서 구글도 AI 챗봇 '바드(Bard)'를 발표했다. 구글이 서둘러 바드를 발표했으나, 시연하던 바드가 수많은 대중 앞에서 오답을 제시하며 검색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정확성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챗GPT에 맞설 AI 기술 개발 성과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네이버 역시 글로벌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네이버의 서치GPT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다. 하이퍼클로바는 국내 최초 한국어 특화 모델로, 학습 매개변수 2040억개를 자랑한다. 이를 활용해 네이버는 올 상반기 내로 자사의 고품질 검색 데이터와 기술을 접목한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의 한국어 특화 AI 모델 '코GPT'를 활용해 버티컬 AI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방침이다. 공개된 코GPT는 60억개의 매개변수와 2000억개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 경쟁 AI 모델 대비 적은 규모의 매개변수를 활용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비용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자사 초거대 AI 모델인 '에이닷'이 보다 더 정교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브레인(뇌) 역할을 하는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2배 확대 구축했다. KT는 초거대 AI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KT의 초거대 AI '믿음'은 다양한 응용 사례를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협업 융합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공동 창업 멤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공지능(AI)은 문명의 미래에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며 자동차 안전벨트나 에어백처럼 AI에도 ‘안전 규제’를 도입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우선 챗GPT가 AI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는 계속 발전돼 왔지만 사용자가 직접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없었다. 챗GPT는 사람들에게 AI가 얼마나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력이 전력 생산과 핵폭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 AI 역시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자동차, 항공기, 의약품처럼 위험이 잠재된 기술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각각에 대한 규제당국이 있고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감독하고 있다”며 “AI는 자동차, 항공기, 의약품보다도 위험한 기술이어서 규제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윤리(AI Ethics: AI 윤리)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AI 윤리는 인공지능을 개발·운영·사용함에 있어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요구되는 윤리 의식을 말한다. AI 개발자와 AI 소비자에게 AI 윤리를 교육해야 한다. ‘인터넷혁명’과 ‘스마트폰혁명’에 맞먹는 ‘챗GPT혁명’은 긍정적인 효과와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으므로 사전에 적절하게 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고문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