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업체인 티몬은 2016년 당시 NHN엔터테인먼트(현 NHN)에서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했다. 이후 지난해 9월 큐텐에 매각될 당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벤처업계에서 정부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기업의 가치가 떨어져도 명단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 선정의 주요 판단 근거가 ‘마지막 투자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라는 통계 산출의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보다 질에 주안점을 둔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엑시콘(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정부 유니콘 선정 기준, 현재 상황 반영 못해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국내 유니콘 현황과 관련해 “복합 경제위기로 글로벌 유니콘 탄생이 2021년 539개사에서 2022년 258개사로 줄어든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7개사가 새롭게 유니콘에 진입해 22개로 늘어났다”면서 “유니콘 졸업기업 역시 3개사로 연간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에 대해서도 “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조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면서 “정부 자금을 들여 이 정도의 성과를 낸 사례는 드문 가운데 국내 벤처 생태계가 거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벤처업계에서는 중기부 유니콘 기업 선정 기준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중기부는 미국 기업분석 업체 CB인사이트의 수치에 자체 조사 결과를 더해 유니콘을 집계한다. 하지만, 마지막 투자유치 시점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현재 기업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기업을 유니콘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얘기는 전부터 계속돼 왔다”면서도 “비상장사는 기업가치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지막 투자유치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정부의 유니콘 기업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유니콘을 만들겠다고 특정 기업을 (아기유니콘 등으로) 지정해 밀어주고 있는데, 유니콘 기업 선정 여부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투자자에 달렸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유니콘을 육성하는 것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엑시콘’ 기업이 나올 수 있게 엑시트 시장을 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등 특정업종에 ‘편중’ 여전…“정부, 기술·글로벌화 등 장기적 지원”
국내 유니콘 기업들에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직방, 여기어때컴퍼니와 같이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서비스 플랫폼은 전통산업과 갈등이나 골목상권 잠식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이번에 신규 등재된 유니콘 기업은 △메가존클라우드(클라우드 컴퓨팅) △여기어때(숙박예약 및 여행·여가 플랫폼) △오아시스(신선식품 배송) △시프트업(모바일 게임 제작) △아이지에이웍스(모바일 광고 플랫폼) △트릿지(농·축·수산물 데이터 플랫폼) △한국신용데이터(소상공인 재무관리 플랫폼) 등이다.
이 중 메가존클라우드, 시프트업, 트릿지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해외 진출이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 기업도 메가존클라우드, 아이지에이웍스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망 창업기업이 유니콘에 도달한 뒤 멈추거나 뒷걸음질을 치지 않도록 기술 창업 활성화, 글로벌화 지원 등 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주임교수는 “국내 유니콘은 내수용 플랫폼 산업에 편중돼 있고 글로벌 기업 비중도 미국, 중국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며 “정부가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딥테크 기업 육성, 글로벌 진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