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장기화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도권 주요 지역 오피스텔 분양권이 '무피(프리미엄 붙지 않은 분양권)'나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 시장에 쌓이고 있다. 전세 수요 감소와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잔금을 치를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급하게 분양권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 2단지 전용면적 59㎡ 분양권이 최근 6억64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면적 분양가는 7억34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7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에 나온 것이다. 최근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 1단지 전용 59㎡ 분양권도 분양가(7억3500만원)에서 5700만원 내린 6억78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대출금리가 오르며 입주일 전까지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진 수분양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낮은 가격에 나온 분양권조차 거래절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판교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일이 코앞인데 잔금을 치를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급매로 내놓은 분양권이 쌓여 있다"며 "한 달이 넘도록 아직 거래가 한 건도 성사된 게 없고 문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 하이엔드 오피스텔 '파크텐 삼성' 전용 42㎡ 분양권은 최근 분양가(15억6372만원)보다 2억원 이상 떨어진 13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송파구 방이동 '보광스퀘어잠실 1동' 오피스텔 전용 53㎡도 최근 분양가(7억1075만원)에 마피 4000만원이 붙은 분양권 매물이 등록됐다. 지난 6일 동대문구 '힐스테이트청량리역' 46㎡ 분양권은 분양가(3억840만원)에서 5000만원 가까이 빠진 2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단지에서는 계약금(분양가 10%)을 포기한 분양권이 속출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임차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사례가 많은데 최근 전세 수요가 줄면서 잔금일까지 들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피스텔 매매 거래도 한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전체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370건으로 지난해 12월(836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주요 입지 오피스텔 단지는 대부분 기대 이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5~26일 청약 접수한 서울 광진구 '구의역 에떼르넬 비욘드' 오피스텔은 75실 모집에 39실이 미달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아파트 규제가 강했을 땐 오피스텔이 대체재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아파트 시장 규제가 완화되고 오피스텔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받게 되며 오피스텔의 이점이 부각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