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미용 의료기기 판매 업체 제이시스메디칼의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재 투자 시장은 바이오처럼 성장성 위주보다는 주가 상승 여력도 있고 이익이 나는 헬스케어 기업 투자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매년 매출액이 2배 넘게 성장하는 제이시스메디칼 만한 회사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PEF, 밸류에이션 간극 못 좁혀 투자 제안 거절…기업가치는 상장 당시 5배 넘게 성장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들이 올해 제이시스메디칼(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에 접촉해 메자닌 투자(채권과 주식의 하이브리드 상품)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PEF들은 헬스케어 기업 가운데 제이시스메디칼을 딜소싱하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딜메이킹 과정에서 실패했다고 알려졌다. PEF와 CEO 간 샅바싸움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눈높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자, CEO가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제이시스메디칼의 코스닥 시장 상장은 한 차례 재수 후 두 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을 주관사로 선정해 공모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으로 주관사를 변경하며 스팩 합병을 통한 증시 입성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증권가에서 우량 기업을 스팩 상장보다는 일반 IPO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제이시스메디칼은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회사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랬던 회사가 달라졌다. 현재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률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는 2019년부터 2년마다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351억원 ∆2020년 478억원 ∆2021년 813억원 ∆2022년 1165억원이다. 실적 성장은 회사의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6일 종가기준)에서 제이시스메디칼의 기업가치는 6531억원이다. 재작년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 합병 당시 밸류에이션(약 1300억원)보다 5배 넘게 뛰게 된 셈이다.
헬스케어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 투자 선호…LP들도 지원사격
헬스케어 기업이 PEF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계기는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 PEF 실무자들은 제2의 메디트를 찾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됐다. IB관계자에 따르면,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가 MBK파트너스에 메디트를 2조 4500억원에 매각하면서 실무진들이 성과보수로 몇십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UCK는 2019년에 메디트를 3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멀티플과 IRR(내부수익률) 20%를 적용하면 인당 최소 억 단위로 성과급이 지급됐을 것이라는 후문이다.PEF들은 헬스케어 CEO들과 직접 이야기를 하면서 투자 니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헬스케어 회사들은 기업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한 PEF는 상장사 유비케어(EMR 병·의원 전자의무기록 제공업체)에 비밀리에 접촉해 메자닌 투자(채권과 주식의 하이브리드 상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사는 IPO 시장 자체가 어려워 투자 매력이 떨어지지만, 상장사 메자닌 투자는 LP(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유한책임투자자)들이 PEF들한테 투자 건이 있으면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LP들의 '지원사격'이 가능한 배경에는 금리 변화도 한몫을 한다. 국채 금리도 상당폭 하락한데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머무르는 등 시장 전반의 불안이 완화되면서 LP들 조달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LP들도 "이제는 출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PEF 관계자는 "은행이나, 캐피탈사를 비롯한 펀드를 하는 LP들 조달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며 "올해 인수금융 금리도 체감상 작년 연말보다 1~1.5% 줄어든 7.5%~8%대 수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