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는 1순위 일반분양 53가구 모집에서 14.9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지만 결국 51%에 해당하는 27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부산 수영구 '남천자이'도 1순위 청약에서 57가구 모집에 3065명이 지원하며 경쟁률이 53.77대 1에 달했지만 계약률은 37%에 그쳤다.
또 다른 후분양 단지인 경기 안양 '평촌센텀퍼스트'는 청약부터 대거 미달이 났다. 1150가구 모집에 350명(30.4%)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인천 미추홀구 '인천석정 한신더휴'도 139가구 모집에 36명이 지원해 미달률이 74%에 달했다.
후분양 단지가 분양 완판에 실패하는 이유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후분양은 공사가 60~80% 이상 진행되면 분양하기 때문에 초기 건설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한다. 또한 후분양을 선택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이 필요 없어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평촌센텀퍼스트는 당초 선분양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이 HUG가 책정한 3.3㎡당 분양가(1810만원)에 불만을 가지면서 후분양으로 전환해 3.3㎡당 3211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 하지만 최근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인해 평촌 센텀퍼스트 조합은 정당 계약을 앞두고 지난 5일 긴급 총회를 열어 분양가를 10% 낮추기로 결정했다.
시장 침체에 따른 주변 시세 하락도 계약을 주저하게 하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마포더클래시는 인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가 최근 15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동일 면적이 2021년 10월 1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약 4억원 하락한 것이다. 주변 시세가 하락할수록 높은 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통상 일반적인 분양은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 잔금 등을 2~3년간 납부하지만 후분양 단지는 60일 내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여서 고금리 여파에 단기간에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후분양 단지들이 완판에 실패하면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서울 서초구 '래이만원펜타스' 등 연내 후분양이 계획된 단지들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 동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후분양은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임대 가격까지 조정받고 있기 때문에 후분양 단지가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시기"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도 "금리 등 대외 변수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하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