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화합, 지역 타파, 여야 협치를 위해 마지막 도전을 하는 겁니다. 정치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운천 의원이 국민의힘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고 야당의 텃밭인 전주을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전주을은 지역구 의원이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오는 4월 5일 재선거가 확정됐다. 거대야당인 민주당은 텃밭을 쉽게 내놓기 쉽지 않았지만 결국 무공천 방침을 정했다.
정 의원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마지막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야당 텃밭이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은 의미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954년생인 그는 “나이를 생각했을 때 이번 선거는 호남의 지역 장벽을 깨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 슬로건으로 내세운 여야 쌍발통 협치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자신하는 것은 ‘인물 경쟁력’이다. 정 의원은 “검증된 예산통인 제가 당선된다면 전북특별자치도가 명실공히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추가 입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이번에 승리하면 보수 정당 최초로 전북에서 재선한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민주당 텃밭인 지역구로 출마하는 이유는?
“순수한 정치적 신념 때문이다. 동서화합을 이루는 게 제 정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전라북도에서 지난 30여 년간 보수정당 소속 시의원, 도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전북은 지역장벽으로 고립된 섬이 됐다. 비록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한때 제 지역구였던 곳에서 재선거가 있는데 그냥 뒷짐 질 수가 없었다. ‘열중 쉬어’하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결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텐데 자신 있나?
“전주 쪽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15% 내외다. 이걸 개인 역량으로 30% 이상 끌어올려서 40% 이상 득표율을 얻어야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전라도는 아무리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5% 선이고, 그걸 최대한 까먹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어려운 선거다. 그래도 인물론은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지역구에서 경쟁력은?
“국회에서 7년 연속 예산결산위원회를 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경험으로 전북도의 국가예산을 6조원에서 9조원 시대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감액당한 것을 상쇄할 증액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구 의원들은 감액당하고 나면 제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았다. 7년 연속 예결위원으로 일하면서 지역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먼저 민원을 넣어줬고 그걸 최대한 많이 해결했다. 그런 공무원 표심도 무시 못한다.
-전북에서 보수정당 지지율을 높일 수 있나, ‘친호남 전략’이 먹힐 것으로 보나?
”호남지역의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3년 전엔 2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친호남 전략’을 2년 펼치면서 1만6000명으로 8배 늘었다. 이런 걸 보면 보수정당 지지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친호남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도권·영남지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2의 지역구 운동’을 펼쳤다. 일명 ‘동행 의원’인데, 호남지역 45개 시군을 대상으로 동행 의원을 지정했고 55명의 수도권·영호남 의원들이 활약해 호남 지역에서 보수정당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보수정당 의원 한 명이 당선된다고 ‘여야 쌍발통 협치’가 가능할까?
“제가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5·18 관련 단체 3곳이 모두 공법단체로 승격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지난해 3개 단체로부터 ‘자랑스러운 5·18 광주인상’ ‘대한민국 5·18 민주대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소중한 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장관 대동하고 유족들과 손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이 노래는 그동안 좌파·우파 편가르기용으로 쓰였지만, 제가 나서서 이건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여사의 영혼 결혼식 노래라고 정의했다. 그러니 윤 대통령도 아무 거리낌 없이 제창한 것이다. 사람 한 명의 역할이 이래서 중요하다. 여야가 발전적으로 함께 돌아가는 쌍발통 정치에 대한 신념, 그것이 제가 출마하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