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은 17일 여신금융협회 주재로 열린 ‘여전사 CEO(최고 경영자) 합동 신년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사를 전했다.
이 원장은 일단 지난해 금융시장을 덮쳤던 ‘자금경색’ 사태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20개 여전사에 약 1조7000억원을 지원했다. 소형업체의 어려움도 함께 해소하고자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대상을 기존 신용등급 A-에서 BBB-까지 확대했다.
이외 다양한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도 병행했다. 작년 11월 주가연계증권(ELS) 위험회피(헤지) 자산에 대한 여전채 편입 비중을 기존 12%에서 8%로 낮춘 조치를 유예했다. 원화 유동성 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췄다. 동시에 여신성 자산 대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위험 노출) 비율은 기존 30%에서 40%로 높였다.
그 결과 여전사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13일 255bp(1bp=0.01%포인트)에서 한 달 만에 188bp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여전채가 국고채보다 약세를 보인다는 뜻으로 그에 비례하게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이 원장은 “최근 여전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유동성 및 신용 위험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봤다. 여전사는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아 금융시장 변동에 취약한 구조적 약점이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비상자금 조달계획을 보완하고 자산‧부채 관리시스템(ALM)을 실효성 있게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위기 발생 시 자체 위기대응체계 구축 방안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연체율 증가’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요구했다. 여전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56.1%로 은행(27.4%), 상호금융(34.2%)보다 훨씬 높다.
이 원장은 “실물경기가 위축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체 전 이율 등 선행지표를 활용하거나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립하고 충분한 사내유보 금액을 확보하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최근 일부 여전사가 위험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취급을 축소한 걸 겨냥한 발언이다. 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향후 여전사의 발전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다. 우선 여전사와 빅테크(대형기술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차익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여전사의 미래 먹거리인 ‘빅데이터’가 신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데이터 활용(결합·분석·판매) 과정에서 법규가 발목을 잡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겠단 뜻도 밝혔다. 이 원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확대하고 부수 업무도 폭넓게 허용하겠다”며 “각종 보고‧신고 의무 중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부분도 최대한 간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