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일 발표한 특정 감사 결과와 관련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종합적으로 검토 후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관에서 '2023년 전시 및 중점사업 공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문체부가 전날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 미술관이 규정과 다르게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미술관 관련 재단은 국고 납입 수익금을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16건의 위법·부당 업무처리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문체부가 미술관에 감사 결과와 처분 요구사항을 통보한 후, 감사 대상기관의 장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감사 결과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1개월 이내에 문체부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문체부는 특정감사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A 씨가 다수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B 씨는 회식 자리에서 부서 직원을 공개 평가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 관장이 이를 인지하고도 특별한 조치 없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윤 관장은 "화목한 직장을 만드는 게 소신이다.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왔다. 갑질 단어가 없는 미술관을 만들도록 하겠다. 앞으로 이 부분에 방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장품 구입 때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구입가를 조정했다는 감사 결과를 두고서는 "가치평가위원회의 평가액은 대체로 빡빡하게 정해지는 편이다. 가격의 50% 이하로 깎기도 한다"라면서 "매도자가 제시하는 가격과 (구입액이) 너무 멀어지면 매매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날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서 언급된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작품을 예로 들며 "평가액과 매도자의 희망가가 워낙에 차이가 나서 아예 구입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가치평가위원회와 가격자문위원회의 가격 자문을 거쳐 일반구입으로 수집하기로 최종결정한 279점 중 26점의 구입가격을 합리적 이유나 일관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고 전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가치평가위원회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을 하향 조정했다는 게 문체부의 감사결과다.
한편 내정자를 정해놓고도 수개월째 공석 중인 학예실장직에 대해서는 "(내부) 승진이 아닌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만큼 관장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부 위원이 정하는 것이다"라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곧 실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3년 국제미술계와 교류를 계속한다.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전시를 오는 5월 서울에 이어 오는 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2024년 2월 미국 LA 해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또한 오는 11월에는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가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20세기 중국미술 전시도 열 예정이다.
이외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장욱진과 김구림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오는 5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게임사회’도 주목할만한 전시다.
윤 관장은 “게임을 미술의 영역에서 새롭게 조명해볼 기회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작품 대여뿐만 아니라 저작권 문제 등도 도와줬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9월 청주관에서 열리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전에서는 기증된 피카소 도예작품 112점이 모두 공개된다. 이 전시는 202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간에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