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로 홍역을 치른 카카오가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안 마련 등을 어느 정도 매듭짓고 올해부터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피해 보상 논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데다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놓고 SK C&C와의 '줄다리기'가 예고돼 있어 실제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2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오전 서비스 장애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해체하고 비대위 소위원회를 이끌어 온 소위원장 등에 대한 인사 발령을 냈다. 지난해 10월 16일 비대위가 출범한 지 79일만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8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밝혔고, 지난달 29일 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안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피해 지원 방안에서 카카오톡 일반 이용자들에게 이모티콘 3종과 5000원 상당의 카카오메이커스 쿠폰 등을 지급하고, 피해를 접수한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매출 손실 규모액에 따라 3만~5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 등을 대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사전에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보상해야 할 곳이 많다 보니 피해 보상 규모도 막대하다. 카카오톡 일반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 규모만 따져 봐도 약 5600억원 수준이다.
더욱이 피해 지원 방안 발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50만원 이상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카카오 측에서 피해 입증 과정을 면밀히 거친 후 추가 지원책을 모색한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소상공인 대상 추가 피해 접수를 2주간 실시할 예정이다. 카카오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 보상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이 각 지역별 가맹사업자 및 가맹점협의회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 중이며 가맹택시 기사 대상으로 일정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분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카카오의 보상 규모는 더욱 커진다.
앞으로의 관심은 SK C&C에 구상권을 어느 정도 규모로 청구할지에 모아진다.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서버 약 3만2000대를 구축했지만, 해당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서버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서버가 전부 먹통이 된 바 있다. 이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SK C&C가 판교 데이터센터 입주 업체들에 대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 한도는 70억원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로서는 이번 서비스 장애로 인한 보상액이 적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SK C&C에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카카오와 SK C&C의 책임이 각각 어디까지 있고, 이것이 구상권 청구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는 점이 될 전망이다. 피해가 커진 데는 카카오가 데이터 이중화·이원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SK C&C 역시 데이터센터 배터리실 상부에 전력케이블이 지나가는 구조 등이 문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양측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양사는 이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보상안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아직 전체적인 과정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며 따라서 구상권 얘기가 나오기는 이른 상황"이라며 "아직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서는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SK C&C 측도 "아직 카카오와의 논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카카오 내부에서 논의된 배상요구안을 가지고 오면 협의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