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2022년-②] 글로벌 금융시장 강타한 트리플 R, 내년에도 계속되나

2022-12-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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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글로벌 금융시장 휩쓸다

中 리오프닝에도 'R의 공포'…"불확실성 짙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리플 R(러시아·금리인상·경기침체)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인플레이션 전쟁의 막이 열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중국의 리오프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등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는 이제 경기침체를 주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실물경제마저 휘청이며 경기침체(R)의 공포가 현실화할 것이란 경계다. 
 
R, 글로벌 금융시장 휩쓸다
올해 전 세계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 하나하나에 요동쳤다. 글로벌 전역에 휘몰아친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연준발(發) 긴축이 금융시장을 휩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급등한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은 쉽게 내려올 모양새가 아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9.1%를 찍었다. 11월 CPI는 7.1%까지 내려왔지만, 유가와 달리 하락 속도는 느리다.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부문까지 확산하는 고물가 고착화의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고통 없이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법은 없다”며 경기 둔화까지 각오하겠다는 의지다. 전례 없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며 연초 0~0.25%였던 기준금리를 4.25~4.5%까지 끌어올렸다.
 
연준은 최종금리 상단을 5.25% 수준으로 예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더 죌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한 비둘기인 일본은행(BOJ)마저 정책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BOJ는 이달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을 0.25%에서 0.5%로 두 배 확대했다. 일본도 글로벌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는 자산시장까지 타격했다. 기업들도 긴축에 나서며 투자 규모를 줄였다. 고물가와 금리인상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기업들이 영업 이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지난 수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던 기술주들은 고꾸라졌다. 나스닥지수는 28일(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35% 넘게 빠지며 3대 지수 가운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테슬라와 애플 주가는 각각 72%, 31% 밀리는 등 빅테크는 처참한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 시장도 급격하게 위축되며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자, 가상화폐는 폭락했다. 연초 4만 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만 달러 선마저 무너지며 반토막이 났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발 도미노 파산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가상화폐의 붕괴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中 리오프닝에도 'R의 공포'…"불확실성 짙어"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인 나벨리에 앤 어소시에이츠의 루이 나벨리에 설립자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공급난, 매파적인 중앙은행 등 올해의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기다리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섞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싸워야 할 수 있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면, 연준의 긴축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은 미국, 유럽, 신흥국 모두에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미 연준은 강력한 노동시장에 맞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고, 유럽은 새로운 겨울에 다시 대비해야 한다. 올해보다 내년에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다.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게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변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위드코로나로 급선회한 만큼,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재개방은 LNG 등 에너지 수요 급증을 촉발할 수 있다”며 “LNG 가격 상승은 처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두 번째 겨울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는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른다. 올해 금융 선진국 영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진앙지가 '유럽의 문제아' 이탈리아가 될지, 막대한 부채에 직면한 일본이 될지, 혹은 아르헨티나나 터키 등 신흥국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도 제로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을 가동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난관에 부닥쳤다. 세계 곳곳의 불확실성이 짙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10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트레시스 게스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니엘 라칼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앞으로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이 2023년에 시장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호재라고 보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의 성장세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이 연간 1%의 성장률을 달성하면 운이 좋다고 할 정도로 10년간 매우 열악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1년 6%에서 2022년 3.2%, 2023년 2.7%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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