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상화폐 결산] 끊이지 않았던 스캔들, 무너진 시장의 신뢰

2022-1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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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붕괴, FTX 파산 등 잇따른 사고에 위험회피 심리 가중

"내년에도 글로벌 긴축 흐름 지속···'크립토 윈터' 길어질 수 밖에"

[사진= 연합뉴스]


올 한 해 가상자산 시장은 혹독한 '크립토 윈터'를 보냈다.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긴축 기조 흐름 속에 시장은 쪼그라들었고 안팎으로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대형 스캔들이 잇따라 터졌다. 가상자산 본질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고 가상자산 대표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정부와 정치권 시각도 '진흥'에서 '규제'로 흐름이 굳어진 한 해였다.

2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1만68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연초 5만 달러 바로 밑(4만770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3분의 1 토막(35.2%)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6만9000달러와 비교하면 24.3% 수준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1224달러)도 연초 대비 67% 넘게 빠졌다.
크게 보면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통확 긴축 흐름 속에 약세장이 불가피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초부터 연말까지 강력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 행보를 멈추지 않았고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빠르게 회수됐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긴축 기조는 나날이 강해졌고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빠르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진정한 크립토 윈터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본격화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붕괴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가상자산의 가장 큰 약점인 변동성을 안전자산인 달러와 '페깅(연동)'해 보완한 테라는 당시 3대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연동 가상통화)으로 꼽히며 시총 50조원을 넘기는 등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상품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페깅 시스템이 무너지고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하면서 테라의 기반인 루나는 일주일 만에 '제로(0)'에 수렴하면서 증발했다.

10월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빈약한 재무 건전성은 FTX의 유동성 문제로 이어졌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뱅크런이 발생해 FTX 자체 발행 가상자산인 FTT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FTX의 부실한 운영 문제 관련 보도까지 쏟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내에서는 위믹스 사태까지 터졌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는 부정확한 유통량 공시 문제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상장폐지를 당했다. 한 달여 동안 공방을 벌였지만 법원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오류를 더욱 무겁게 평가했다.

올해 쏟아진 악재들은 가상자산 시장 내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테라·루나 운영사 테라폼랩스는 당시 금융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20%라는 이자율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TX는 투자자 예치금을 빼돌린 것은 물론 재무제표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등 엉터리로 회계를 처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내에선 가상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가 출범하고 국회에선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부당거래 등 불공정행위를 제한하는 등 규제 중심 법안들이 발의됐다. 업권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먼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영돼 있다.

글로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내년에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큰 만큼 크립토 윈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전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내년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구 노력을 찾는다고 해도 '찻잔 속 태풍'일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자율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하고 도덕적 해이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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