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퍼블리시티권'이라고 불리는 인격표지권은 그간 연예인 초상권 소송 등을 통해 각급 법원에 따라 개별적으로 인정돼 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적극적인 권리 보호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격표지권을 개인의 내재적 권리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생기면서 개인도 유명세와 상관없이 인격표지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일반인도 '인격표지영리권' 보호···BTS만큼 유명할 필요 없어
법무부는 26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 신설을 위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인격표지란 외모, 목소리 등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적 요소를 말한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이 인격표지권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초상권과 성명권을 포괄한다. 인격 자체에 대한 권리로 개인이 만든 창작물을 보호하는 권리인 ‘저작권’과 구별된다.
빅히트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해 인격표지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인격표지권 침해를 '부정경쟁행위'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침해당한 권리가 '타인의 성과'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에서 쟁점이었다. 당시 광장이 빅히트가 BTS를 장기간 투자해 기획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다. 더불어 '표지'가 BTS처럼 알려진 표지여야 했다. 유명세가 인격표지권 인정 여부에 기준점이 된 셈이다.
그러나 민법에서 일반적인 권리로 규정이 생기면 유명세와 상관없이 일반인도 인격표지영리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유명세에 따라 배상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BTS 사건을 담당했던 김운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상품이 얼마나 알려졌는지 따지는 '주지성' 때문에 유명하지 않으면 법 적용 대상이 안 될 수도 있었다"며 "인격표지권이 일반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되면서 유명한지 따질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격표지권도 재산권으로 인정···상속 가능해진다
권리 침해가 발생한 후 법적 분쟁에서 손해 배상도 한결 수월해진다. 과거 인격표지권은 초상권 수준에 머무르면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로 손해배상이 제한됐다. 그러나 인격표지권에 대한 재산권도 인정되면서 재산권에 대한 배상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다른 재산권처럼 상속도 가능해진다. 상속 후 존속기간은 30년이다. 유명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광고 계약 등 인격표지권을 둘러싼 상업적 권리 상속 여부 자체가 불분명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도 명확해질 전망이다.
구민승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이전에는 법적 근거가 없어 상속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많았다. 특히 상속은 법적 근거가 불확실하면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며 "인격표지영리권 상속이 명문화되는 데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해 2023년 초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