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계묘년,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취지 무색해진 중대처벌법, 채찍보단 자율예방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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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째

되레 법 없던 때보다 산업재해로 사망 늘어

기업들 당장 처벌 피하려 서류 작업 집중

고용부, 노사 스스로 개선하는 분위기 조성

지난해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 2년째를 맞았다. 중대재해를 예방해 시민과 종사자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1월 시행됐지만 일터는 여전히 안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고 재해자는 더 늘었다. 이렇다 보니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는 재계 요구를 반영해 경제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중처법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지는 산업재해···취지 무색해진 중처법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처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1670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법이 없던 2021년 같은 기간 사망자 1635명보다 35명 더 많다. 같은 기간 재해자 수는 총 9만6485명으로 전년 동기 9만789명에 비해 5696명 늘었다. 재해자는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부상자, 질병에 걸린 사람을 말한다.
사고 재해자는 7만9040명으로 전년 동기 7만5832명 대비 3208명 늘었다. 마찬가지로 질병 재해자도 1만7745명으로 1만4957명이었던 전년보다 2488명 늘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632명으로 1년 전(678명)보다 46명 줄었지만 질병 사망자 수는 1038명으로 2021년(957명)보다 81명 늘어 전체 사망자 수는 전년을 넘어섰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중처법을 적용받는 중대산업재해를 521건으로 집계했다. 중처법은 중대산업재해를 △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생기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로 규정한다. 

중처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1월 27일부터 12월 22일까지 사망자가 나온 중대산업재해는 총 562건이다. 592명이 그로 인해 사망했다.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고는 없었고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사례는 2건이다. 두성산업에서 16명이 집단 독성간염에 걸렸고 대흥알엔티에서는 급성 중독환자 13명이 발생했다. 고용부는 이 중 33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고용부는 많은 기업이 당장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진단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이런 경향이 더 심화해 본래 취지가 발현되지 못하고 사망 사고가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봤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기업 피해 최소화"···새 로드맵 '자율성' 강조
 
윤석열 정부는 중처법을 손질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5단체장과 만나 "중처법 자체에 결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재해법에 관한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경제단체장들 주장에 공감하며 “고의적인 과실이라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 기업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처법 개정이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운 만큼 행정조치·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계 요청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고용부는 기업 자율성을 강조한 위험성평가 제도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험성평가 제도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 대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제도다.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4년,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5년까지 의무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중대재해가 생겼을 때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이행한 기업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 자료에 적시해 검찰과 법원 구형·양형에 고려하게 할 계획이다.
  
안전보건기준규칙도 개별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전환하고 기술가이드 형식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한다. '반드시 추락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 대신 추락 방지를 위해 안전난간·안전대·추락 방지망 등 설치 기준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은 기술지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더 이상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기존 규제·처벌 위주인 중대재해 감축 전략 패러다임을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피해 최소화"···새 로드맵 '자율성' 강조
 
윤석열 정부는 중처법을 손질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5단체장과 만나 "중처법 자체에 결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재해법에 관한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경제단체장들 주장에 공감하며 “고의적인 과실이라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 기업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처법 개정이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운 만큼 행정조치·시행령 개정 등 행정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계 요청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해 11월 30일 고용부는 기업 자율성을 강조한 위험성평가 제도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험성평가 제도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 대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제도다.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2024년,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5년까지 의무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중대재해가 생겼을 때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이행한 기업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 자료에 적시해 검찰과 법원 구형·양형에 고려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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