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초변화 대전환 시대… 협력이 살 길이다

2022-12-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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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교수]


전략, 조직, 인사체계 혁신 시급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혁신

 
세계는 지금 초변화 대전환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 신냉전 시대와 함께 세계 경제환경, 기술, 사람·세대, 자본주의, 경영철학, 기후 위기 등 모든 면이 광속으로 바뀌는 초변화 시대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그린, 문명 대전환이 전방위로 일어나는 대전환 시대이기도 하다. 격변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살아남고 발전하려면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도 개별 기업, 개별 국가로는 대응이 어렵고 기업 간, 국가 간 협력해야만 생존과 발전이 가능한 시대이다. 혼자서는 초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대전환의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정부는 이렇듯 협력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전략, 조직, 인사 등 일련의 경영 체계를 전면 혁신해야 한다. 기업은 경영 환경이 바뀌면 경영 전략을 경영 환경에 맞게 바꾼다. 전략이 바뀌면 그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기본이다. 과거 경영 환경의 변화가 완만한 시대에는 전략과 조직, 인사의 변화가 적어도 되었으나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획기적 변화가 요구된다. 초변화 대전환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 조직, 인사 혁신이 필수적이다. 과거에 통하던 기준은 이제 폐기하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의 국가 경영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새 정부가 시작되면 100대 국정 과제를 정하여 5년간 추진하게 되는데, 이 역시 과거에는 통할 수 있었으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혁신이 시급한 대목이다. 매년 숨가쁘게 변화하는 국내외 상황에 따라 국정 과제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10대 국정 과제를 추진 중인 현 정부도 초변화 대전환에 대응하여 국정 전략, 정부 조직, 인사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협력 기반의 전략 혁신은 기업이든 정부든 목표 실현을 위해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협력할지가 기본이다. 중요한 기술 개발도 혼자서는 광속의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업의 경계가 소멸됨에 따른 이종 업계 간 이합집산 추세에도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이 과거 개별 기업 간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생태계 간 경쟁이 되고 있다. 대기업도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등을 망라한 협력 기반의 기업 생태계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과의 협력 외에도 중소벤처기업 간 공동 마케팅·개발·구매·생산·판매 등 공동 협력사업, 산학연관 협력 사업 등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 더욱 중요해질 수출은 보호무역 및 자국우선주의의 부상으로 과거와 같이 수출의 과실을 독식하는 방식은 역풍을 받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합작, 전략적 제휴, 현지 생산 등 글로벌 동반성장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모든 면에서 협력 기반의 경영 전략,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협력 기반의 조직 혁신도 시급하다. 기업은 기업 간 협력은 물론 기업 내 협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조직 혁신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은 전통적으로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판매 등 기능 중심 조직에 익숙하나, 선진 기업이 경영 전략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구사하는 미션 및 프로젝트 조직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기능 조직과 미션·프로젝트 조직이 씨줄·날줄처럼 종횡으로 결합된 협력 중심의 매트릭스 조직에 대한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 매트릭스 조직이 어렵다고 기존의 기능 조직에 안주해서는 초변화 대전환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도 최근 미국, 유럽 등 선도국이 확대하고 있는 미션 중심 조직에 대한 연구와 도입이 시급하다. 기존의 우리 정부 조직은 외교, 국방, 기획, 재정, 산업 등 기능별 종적 부처 중심이다. 당면한 4차 산업혁명 대응의 디지털 대전환, 기후 위기 및 탄소중립 대응의 그린 대전환, 혁신 성장과 같은 국가적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부처가 협력하는 미션별 횡적 조직을 추가하는 조직 혁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은 기존의 기능 중심 정부 조직으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렵고 전 부처가 협력하고 참여하는 미션 중심 조직이 요구된다. 현재의 탄소중립위원회와 같은 위원회 조직으로는 태생적으로 실행력에 한계가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백악관 내에, EU는 정부 역할을 하는 EU집행위원회에서 강력한 미션 중심 조직을 운영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협력을 촉진하는 인사 체계의 혁신이 시급하다. 경영 전략에 맞는 조직과 인재 배치가 중요하나 인사평가 제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사평가 기준에 따라 조직 구성원의 업무 양상이 달라지지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에는 개인 역량을 중요시한 반면 최근에는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성공요건인 협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사평가 기준도 혁신되고 있다. 개인 역량을 우선하던 미국 기업들도 협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EO 사티아 나델라의 지침에 따라 자신의 업적과 역량만이 아니라 동료를 도와준 업적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GE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개인 평가에서 팀 평가로 전환했다. 많은 우리 기업들은 개인별 업적 및 역량 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개인별 평가에 집착한 나머지 동료와의 협력이 취약해지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GE의 사례 등을 참고하여 우리 조직 문화에 맞는 협력 중심의 인사평가 혁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 및 기업 간 협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의 성과지표(KPI)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인사평가 시스템 혁신도 시급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는 부처 간 및 부처 내 협력의 미흡 문제도 인사평가 기준의 혁신으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처 내 및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성과를 인사평가에 크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임과 신임 공무원 간의 협력도 중요하다. 신임 공무원은 대체로 재직 중 본인이 만든 정책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전임 공무원이 추진했던 정책의 실행이나 마무리에는 관심을 가질 동인이 없다. 공무원 인사평가에 있어서 본인이 만든 정책의 업적만이 아니라 전임 정책을 잘 마무리한 업적, 부처 내외 조직과의 협력을 통한 업적을 높이 평가해주는 인사평가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협력이 살 길이다. 협력하자, 대한민국!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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