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각종 세제·재정 지원으로 물가 안정을 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으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인상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다른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물가 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에너지·먹거리 등 생활필수 서비스 가격 안정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상방 압력이 높은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봉투 요금, 시내버스 요금, 전철 요금 등 공공요금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불가피한 경우 인상 시기를 미루거나 분산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석유류·발전 연료에 대한 기존 세제지원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경유·LPG 유류세 인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LNG·유연탄 등 발전 연료에 대한 개소세 15% 인하 조치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6개월 더 연장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의 할인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소비자에게 농축산물 구입비의 20~30%를 할인해주는 할인 쿠폰 정책 예산은 올해 590억원이었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한 1690억원을 편성했다.
또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확대하는 등 이용 편의성도 제고한다. 현재는 설·추석·김장철 등 특정 기간에 선착순으로 쿠폰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선물기능 추가, 가맹점 확대, 수시 판매 등을 도입해 농산물은 기존 600개에서 700개, 수산물은 790에서 850개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채소가격안정제 가입 물양도 평년 생산량의 23%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물가 안정 우수 지자체에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해 적극적인 물가 안정 활동을 유도할 방침이다.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폭 따라 내년 물가 영향
그러나 향후 국내 물가 흐름은 가스·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폭에 달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한국전력(한전)은 내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킬로와트시(kWh)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kWh당 19.3원)의 약 세 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kWh당 60원을 올리고, 전기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내년 3월까지 수립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307kWh이다. 민주당 안대로 전기요금을 kWh당 60원 인상하면, 월 1만8420원을 더 내야 한다.
가스요금도 올해 인상분의 두 배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최소 8.4원(2.1원씩 네 분기) 혹은 최대 10.4원(2.6원씩 네 분기)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올해 가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다. 내년에는 가스요금이 올해 인상분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로 오르는 셈이다.
산업부와 공사는 내년 요금을 메가줄당 8.4원 올리면 2027년부터, 10.4원 올리면 2026년부터 미수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에 따라 내년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펴낸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에서 향후 국내 물가 경로에 △유가·환율 흐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폭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 요소들의 향방을 지금으로선 단언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큰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상당 폭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