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전‧현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연장이 의무화돼 있어 근로자에게 사실상 이익이 없더라도 보직임용 제외나 근로시간 단축 등 업무 강도가 줄어들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첫 판결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민사2부(원익선 부장판사)는 최근 농어촌공사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거나 적용을 받고 퇴직한 근로자 A씨 등 9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A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므로 삭감된 임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공사가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된 60세 이상의 정년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므로 사실상 정년연장이 아닌 임금 삭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노조 측 동의가 있었더라도 제도 도입 당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와 공사 측의 부당한 개입에 의해 이뤄진 것이므로 무효라고도 했다. 아울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일 때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개별적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공사 측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더라도, 임금피크제 적용을 위한 직원들의 개별 동의는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라는 근로자들 주장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이나 업무 강도 경감 등이 이뤄져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기만 한 변경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과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공사가)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보직 임용에서 제외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업무 강도를 경감해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금체계 개편이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임금 감액이 수반될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세종 노동그룹장 김동욱 변호사는 "모든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노동계 주장과 달리 최소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유효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