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피크쳤다(peak china)”, 사실일까?
미국 연구기관 중심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상해 온 중국이 이제 그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피크 차이나론(Peak China)'이 나오고 있고, 미국을 추월해 세계를 주도하고자 하는 꿈도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칩4)를 통한 민주주의 가치 공유국가 간의 경제 동맹관계 구축을 통한 중국 압박으로 중국의 성장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가 핵심이고 높은 부채비율도 문제라고 한다.
중국경제의 미국 추월론은 물 건너갔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직 모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대 성장률은 전 세계가 다 낮아졌다. 절대 성장률이 아니라 상대 성장률을 보면 중국은 미국보다 세계평균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의 2022년 11월 예상치에 따르면 2029년까지 미국은 1.7%, 중국은 4.4%, 2035년까지 미국은 1.6%, 중국은 4.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는 2031년에 중국 GDP는 미국GDP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부자 되기 전에 늙는다는 말도 하지만 이것도 과장이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 비율은 미국, 일본, 영국, 한국보다 낮고 출산율은 한국, 일본, 영국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채비율 얘기도 하지만 중국의 부채비율은 일본, 영국, 프랑스보다 낮다. 기업부채 과다를 중국위기론의 근거로 삼지만 기업부채비율도 중국은 프랑스보다 낮다.
중국의 20대 당대회와 오미크론 2차확산을 계기로 '차이나 런(china run)'이란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차이나 런'은 중국 회피와 차이나 뱅크런의 합성어로 중국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에 대한 우려로 중국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지배체제'가 강화돼 수출보다 내수, 규제 완화보다 확대, 미국과 협력보다 대결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시장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 배경이다.
그러나 팩트 체크를 해보면 시진핑 집권 3기 출범으로 불거진 '차이나 런'은 그냥 카더라로 끝났다. 20차 당대회가 끝난 10월 24일 이후 중국증시의 외국인 자금은 이탈이 아니라 607억 위안 순유입이었고 연간으로도 828억 위안 순유입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FDI(외국인직접투자)는 2022년 들어 10월까지 누계로 보면 1683억 달러로 2021년의 1420억 달러보다 19%나 증가했다. 증시든 기업이든 '차이나 런'은 없었다.
중국의 20차 당대회에서 중국은 시진핑계가 7명의 상무위원 자리를 싹쓸이했다. 그래서 일당독재, 일인독재로 마오(毛)시대 폐쇄경제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서방세계에 넘친다. 그러나 72페이지에 달하는 중국의 20차 당대회 보고 문건 어디에도 폐쇄경제로 회귀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보고서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 4대 핵심정책을 추진하는데 산업현대화, 농촌진흥, 지역발전에 이은 대외개방이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어 있고 5년 내 무역강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12월 16일에 끝난 중국의 2022년 경제공작회의에서도 대외개방확대를 다시 명확히 했다.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 다시 폐쇄경제로 돌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이다. 그런 일을 중국이 할 리도 없지만 서방세계는 중국경제를 색안경 끼고 보기 때문에 시진핑 3기 시대 폐쇄경제로 회귀설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돈 앞에서는 상대를 미워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만 만나면 냉정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다. 그러나 돈을 앞에 두고는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감정에 휩싸이면 사리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이웃하고 중국을 가장 큰 거래선으로 두고도 중국을 잘 모른다.
잘나갔던 한국의 자동차와 휴대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0~1%대로 추락한 것이 중국시장 문제인지 한국의 기술, 가격, 마케팅 경쟁력의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 일본계 자동차회사들은 건재한데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만 급락했다. 세계 2위의 휴대폰업체인 애플 역시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은 견조하다.
중국은 1인당소득이 1만2000달러지만 이는 14억 인구를 줄 세웠을 때 7억등하는 사람의 소득수준이고 상위 5천만명, 1억등하는 이들의 소득수준은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중국에는 포춘 500대 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고 중국 기업은 이들 기업에 OEM 생산에서 시작해 기술력을 높였고, 이들 기업과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올렸다. 중국시장은 지금 모든 제품에 있어 금, 은, 동메달만 살아 남는 올림픽경기장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의 연간 해외관광객수는 1억6000만명이었다. 중국의 유커들은 전 세계 모든 관광지 면세점과 명품점에서 쇼핑하면서 메이드인 코리아가 세계의 면세점과 명품점에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국에는 이미 싼 것 찾던 가성비의 시대는 갔고 가심비의 시대가 왔다. 중국이 브랜드와 명품에 목숨 거는 나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6년 전 한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이미 가성비 시대의 한류는 잊은 지 오래다.
1인당소득 1만2000달러대의 나라지만 전 세계 명품의 35%를 사들이고 전 세계 벤츠의 36%를 소비하는 나라가 지금 중국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를 사고 노트북, 휴대폰, 디지털TV의 최대 소비자가 중국이다. 이런 나라를 하루 빨리 떠나야 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일까?
지금 한국의 양대 첨단산업의 중요한 소재공급국도 중국이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의 기초소재인 실리콘의 72%를 공급한다. 배터리산업에서도 기초소재인 리튬 공급의 59%가 중국이고 한국의 대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81%나 된다. 우리는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어설픈 미국발 '차이나 런', '피크 차이나 '론에 동조하기 보다는 중국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한국의 실리를 제대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