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처럼 매달 현금이 꽂히는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인기몰이를 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너도나도 관련 ETF 상품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6월 신한자산운용이 '월배당 ETF' 상품을 처음 선보이자 자산운용업계는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기존 분기형·토털리턴(TR·배당금 자동 재투자)형도 월지급형으로 바꾸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시장 수요에 따라 더 많은 월지급형 상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큰 수익을 만드는 데에는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월배당 ETF 상품'은 21개며 이 중 12개가 기존 분기형·TR형에서 월지급형으로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첫 '월배당 ETF 상품'은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S&P500' 상품이다. 지난 6월 해당 상품이 출시되자 타 자산운용사들은 비슷한 상품을 월배당형으로 이름을 바꿔 내놓기 시작했다.
수익률은 월배당 출시 시기인 6개월 기준 'TIGER 미국다우존스30'과 'TIGER 미국S&P500배당귀족'이 10% 수익을 냈고, 배당률은 각각 0.13%, 0.14%였다. 가장 낮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로 -23%였지만 배당률은 0.22%였다.
문제는 '월배당 ETF 상품'이 기존 분기형·TR형 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월배당 상품은 연간 배당 수익률을 월로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가령 배당률이 연 12%라면 월로 1% 정도씩 나눠서 받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배당 수익률을 연간 혹은 분기형으로 나눠 받느냐 아니면 월로 쪼개서 받느냐 하는 차이"라며 "유의미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현금을 추후 목돈으로 받거나 미리 월 단위로 나눠 받는 차이만 있을 뿐 상품에서 혁신성은 돋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기존 상품을 월지급형으로 바꾼 상품들은 기초자산·운용주체·관리자 등 상품구조도 그대로 유지했다. 금융투자업 규정상 상품 구조까지 바꾼다면 재신고 등 등록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월배당 ETF 상품을 출시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도 "상품 신고 절차 간소화를 위해 상품구조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다"며 "이름만 바꾸는 것은 쉽다"고 말했다.
매월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상장한 '삼성 KRX 리츠 TOP10 월배당 상장지수증권(ETN)'의 예상 지급 월은 2월이다. 지난 9월 배당락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반기 혹은 분기별로 배당금이 나오는 'KRX 리츠 TOP10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배당금이 매달 나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2년 전 서학개미들의 집중 순매수로 인기 종목 10위권까지 올라갔던 '글로벌X슈퍼디비던드리츠ETF'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로 배당 컷(배당 삭감)까지 발생해 수익률이 4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해당 주식은 코로나19 전 한 달에 주당 0.101달러씩 배당했지만 이후에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0.061달러까지 낮췄다.
환율 리스크도 존재한다. 21개 상품 중 총 10개 상품이 미국 나스닥과 리츠 지수를 추종하며 이 중 단 3개 상품만 환헤지가 돼 있다. 즉 헤지(H) 상품을 사지 않은 투자자는 지금처럼 달러가 약세 전환할 때 오히려 피해를 보고, 달러가 강세일 때에만 그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월배당 ETF 상품은 매달 '제2의 월급' 혹은 용돈처럼 현금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 외 캐피털 수익이 목적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당 상품이 고배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매입하면 배당 컷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배당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꼭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