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건전재정의 기조 속에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 많은 부분을 사회적 약자와 미래 준비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임 정부의 문재인 케어는 미용·성형과 같은 생명과 크게 상관없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내세웠다. 그러나 급여 확대로 건강보험 재정 적자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진정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두터운 지원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밝혔다. 노동개혁은 연금‧교육개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3대개혁' 과제다. 특히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 이후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 대통령실 안팎의 판단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부 권고안에 주목했다. 전날 발표된 권고안은 △주52시간제를 업종·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 직무급제로 개편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문제 등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했던 '주120시간' 노동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윤석열표 노동개악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노총 역시 "근로자가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민주노총도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반발했다.
◆"자유 가치 동의 못하면 협치나 타협 불가능"
윤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을 '법과 원칙'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화물연대 파업 기간에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산업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행위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불법과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과 근로자들, 그리고 사업주들은 겁나고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 임기 내 불법과의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우리 공동체의 기본 가치가 자유라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과는 협치나 타협이 가능하다"며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를 깨려는 세력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해 선동함으로써 대중을 속아 넘어가게 하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 겁을 주려 한다"며 "이런 세력과는 절대 타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노동, 건보 개혁 의지에도 입법과정은 물론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개혁 방향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노동 개혁 방향에 대해 "윤석열표 노동 개혁안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노동개악안"이라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했던 주 120시간 노동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