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위축, 부동산 세제 정상화 지연으로 내년에도 집값이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고 난 내년 4월 이후로는 하락폭이 둔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내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덕례 주산연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고, 완화된 공시가격과 주택세제가 시행되는 4월 이후부터는 하락폭이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는 기준금리 하향전환 가능성이 크고, 그때부터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 혹은 강보합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산연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45만 가구 수준으로 최종적으로는 54만 가구가량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2006년 이후 최소 거래량을 기록하는 것으로, 지난해(101만5000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주산연은 내년 거래량의 경우 올해보다 39% 증가한 75만 가구가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9월 말까지 매매거래는 작년 대비 49% 감소한 반면, 전월세거래는 26.3% 증가하는 등 매매거래가 임대차거래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주산연은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기준금리가 하향전환하는 시점까지는 월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인허가는 올해보다 30%가량 줄어든 38만 가구 수준으로 예상된다.
주산연은 부동산PF 등의 문제로 건설사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제2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1~2년 동안 단기간에 집값이 폭락해 미분양과 계약해지요구가 급증했고, 자금력이 약한 건설업체는 어음 등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다”며 “오히려 최근 단기간 금리가 급상승한 데다, 금융위기 시절보다 높은 주택담보비율(LTV)로 인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PF 금융 지원방안과,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와 분양전환가격기준 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고, 미분양 적체문제 완화를 위해 아파트 등록임대사업 복원, 비정상적인 주택보유 및 거래과세 정상화를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