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두고 연일 당정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들이 인하요율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1%대 인하를 논의해 왔지만, 최근 일부 업체들이 2%대 인하를 추진하면서 인하폭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형사들은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자동차보험 부문에선 적자와 흑자가 결정될 수 있는 수치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 1% 인하 시 1037억원 가량의 자동차보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식화한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의 원수 보험료는 10조3731억원 수준으로, 보험료 1% 인하시 이 같은 감소세가 추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수치는 취합 전이지만, 자동차보험 가입대수가 증가함에 따라 1% 인하에 따른 수입 보험료 감소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2%대 인하시 2074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정비수가)를 올려 달라고 요청, 무조건적인 인하폭 확대도 애매한 상황이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내년 정비 수가를 올해 대비 7~8%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수가는 보험에 가입한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수가가 8% 오르면 자동차보험료를 최소 2% 이상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쌓인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266억원 흑자)을 제하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 그 액수만 8조952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 취합되지 않은 겨울철 빙판길 사고 리스크가 여전하고 병원 진료비 증가 등도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 손해율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8일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최대 2.5%, 2.9%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검토를 공식화했다. 이후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빅4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동참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성 의장은 최근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중소 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료의 적극적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빅4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